화살기도와 대통령의 조찬기도

입력 1996-05-02 00:00:00

가톨릭 교회에는 화살기도 라는게 있다. 위급하거나 절박한 바램이 있을때 화살을 쏘아 올리듯 이 짧은 순간 한가지 염원을 기구하며 바치는 기도다. 사찰의 대웅전 법당 댓돌 앞에서 등산복 차림으로 반짝합장을 올리는 합장도 일종의 불교식 화살기도라 볼수 있다. 지난 선거에서 길거리를 누비며 3천배를 3천번도 더했을 입후보자들은 화살기도든 반짝합장이든 나름대로의 수많은 염원을 남몰래 바쳤으리라 짐작된다. 그럼에도 당락의 길이 엇갈린 것을 보면 하느님이나 부처님께서 선택하시는 정의와 공평의 잣대는 따로 있는것 같다. 때때로 기도란 염원 을 부탁받은 신불(神佛)이 누구에게나 염원하는대로 다 이루어 주지 않듯이 기도한자 또한 자신 의 염원대로 이뤄지고나면 기도의 다짐을 변함없이 그대로 지키지 않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 런 서글픈 경험을 요즘 또다시 경험하게 됐다.

무소속, 야당출마가 바로 민심의 뜻이기에 험난한 반여당의 길을 선택했다는 천심을 향한 그 다 짐들이 그야말로 투표지의 인주도 채 마르기 전에 마구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구 경북지역의 무소속 당선자 8명중 무려 6명이 여당쪽으로 고무신 바꿔신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보도는 변절을 싫어하는 지역민들 특유의 자긍심을 역겹게 건드리고 있다.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여당 입당 권유를 받고 있다 는 여당입당의 구차한 구실은 더더욱 지역민 을 낯뜨겁게 만든다. 공단건설과 고속철도가 여당이 과반수를 넘어야만 해결되는 사안이라는 논 리다. 신한국당이 여당지지표가 적게 나온 지역에는 공단도 철도건설도 안해주고 말려버리겠다는 정당이 라는 얘기가 아니라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더구나 위천공단을 반대하는 쪽은 부산경남 쪽 유권자들이다.

우리지역에 공단을 만들려면 부산경남에서 몰표로 뽑아준 여당쪽을 견제할수 있게 과반수 확보를 오히려 저지할수 있는 위치에 서있어야 한다.사안에 따라 언제라도 야당과 합세함으로서 지역이 익과 국가발전을 지킬수있는 무소속의 표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짐작만 가능한 가설이지만 선거때 뒷돈쓰다가 뒷덜미를 잡혀서 뱃지 내놓을래 입당할래 식의 정치 흥정에 코걸려 있는게 아니라면 지역현안을 들먹이며 여당입당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무소속으로서는 한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국회개원이라도 해보고 나서 여당에 들어가지 않고는 지역발전을 도울길이 있겠다 없겠다를 결정해야 순리다. 언론의 추측대로 지역정가에서 야당탈당과 여당입당이 계속될 경우 대구경북사람들은 사람볼줄 모르는 바보 소리나 듣게 된다. 게다가 충청.전라.경남.부산사람들처럼 이쪽이면 이쪽 저쪽이면 저쪽 화끈하게 찍어주고똘똘 뭉치 는 당찬 맛도 못보여 주었다. 집권당한테도 어정쩡하게 밉보일만큼 뽑아주고 야당. 무소속에게도 지역현안 해결못해 여당으로 변신해야 겠다고 할 만큼 어정쩡한 숫자로 뽑아 놓고는 급기야 뽑아 놓은 사람마저 하나둘씩 뺏기는 못난 처지가 될판이다.

지역의 무소속 야당당선자들이 꿈에도 여당입당을 생각해서는 않될 이유들이다. 더구나 입당을 안해도 될 새로운 사유가 생긴 상황이다. 바로 대통령의 국가 조찬 기도가 그 해답이다. 김대통령은 엊그제 조찬기도회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께서 여당에게 과반수 미만을 허락 하신 것은 대통령인 저에게 교만하지 말라는 경고인줄알고 오히려 감사드린다 당총재가 국가장 래를 기구하는 자리에서 간절히 바친 기도다.

이는 신한국당 당직자들이 억지로 과반수를 넘기려 드는것은 당총재를 교만하게 만들고 하느님에 게 감사하게 생각지 않게 하는 불충이 된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은 또 그리스도인은 낡은 사고와 발상을 버리고 사랑과 공평과 정의를 삶으로 구현해야 한다 고 기도했다.

여당에게 표를 주지않은 지역이라고 공단개발도 안해주는 낡은 사고와 사랑없는 정치, 공평치 못 한 정책, 정의롭지 못한 국가경영을 절대 하지않겠다는 기도다.

무소속이 여당에 굳이 입당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명쾌한 해답을 던진 기도가 아닐수 없다. 대통령 의 구국 조찬기도는 기도후에는 쉬잊거나 변심할수도 있는 민초들의 평범한 화살기도와는 다르 다.

평화로운 개원을 합심해야할 지금 야당과 분쟁만 일으키고 있는 과반수 입당교섭은 즉각 중단하 자. 그것이 대통령의 마지막 기도인 지금은 어느때보다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기도해야 할 때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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