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시인(1930~1969)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이다. 이 시는 4월 학생
혁명의 빛나는 성과도 알맹이인 본질만 남고 부스러기나 껍데기는 가라는 부
분에서 '쇠붙이'는 외세를 지칭한다고 하여 발표 당시 문제가 되기까지 했던
시이다.
관심을 끌던 4·11총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민의가 제대로 수렴되었
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미 역사적
유죄로 판명난 3공화국의 '유신'에 앞장서거나, 시대착오적이게도 아직도 유
신잔당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역사의 청맹과니들이 소위 선량으로 뽑히
지는 않았는지, 또한 5·6공 정권의 인권탄압이나 민주주의 압살에 적극 가
담했거나 협력한 사실을 반성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 혹은 망국
적인 지역감정주의에 편승해 일신의 영달을 꾀한 인물들이 우리들의 눈먼 투
표에 의해 선택되지는 않았는지 유심히 살펴 볼 일이다.
그저께로 4·19학생혁명 38돌이 지나갔다. 4·19정신의 본령은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이다. 오늘날 이 정신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한번쯤은 되돌아
볼만하다. 신동엽 시인이 이미 30여년 전에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지만 실
제로 그 껍데기들이 사라졌는지 주변을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대구 경북지
역은 역사와 정의의 고장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선배들
이 어려운 길을 걸어 갔다. 4·19도 대구의 2·28 학생의거에서부터 시작되
었다고 역사교과서는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과연 껍데기는
가고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았는가, 빛나는 이 4월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
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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