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영수회담

입력 1996-04-18 14:16:00

"깊은 얘기 오갈까"

金泳三대통령이 17일 국민회의 金大中총재(18일)를 비롯해 자민련 金鍾泌총재(19일), 민주당 金元基공동대표(20일)를 차례로 초청, 청와대에서의 연쇄 개별회동의 의미는 15대총선이후 흐트러진민심을 수습하고 향후정국과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의견교환이다.

또 최근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정세속에서 클린턴美대통령과 만난 濟州정상회담의 결과및 韓美양국이 공동제의한 4자회담 의 배경등을 야당대표들에게 상세히 설명, 남북관계에 대한 초당적인협조를 당부하자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與野영수회담은 정치적으로 쟁점사안이 불거질때마다 야권에서 줄곧 요구해왔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시기가 적절치않다 , 여건조성이 안됐다 는 이유등을 내세우면서 응하지않아 그동안 성사되지 못한 실정이다.

청와대측은 어쨌든 총선이 끝난 현재의 정치상황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정세등에 비추어與野영수회담 개최분위기는 무르익었다고 판단한듯하다. 金대통령은 총선직후인 13일 신한국당선대위 간부들과의 오찬모임에서 앞으로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시키기 위한 정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언급, 야당대표들과의 대화가 어느정도 예고됐었다.

예측됐다고는해도 총선이 끝나자 마자, 제주 韓美정상회담 직후에 전격적으로 제의됨으로써 야권은 명분에서는 수긍, 수락했지만 배경을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그렇다고해도 누차 與野영수회담 개최를 요구해온 야권으로서는 이를 거부할 뚜렷한 명분도 없는 형편이다.야권은 일단 金대통령이 與野대화를 통해 국회와 정국의 정상적 운영을 꾀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고 李源宗정무수석을 통해 전달된 청와대초청을 떨떠름한 내심을 감춘채 선선히받아들였다.

尹汝雋청와대대변인은 이날 與野영수회동 형식과 관련, 金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제주 韓美정상회담의 내용과 의미를 포함해 최근 심상치않은 북한의 동향과 4자회담 을 제의하게된 배경등에 대해서 설명할 것 이라고 밝히고 金대통령은 국내정치에 관해 주로 야당대표들의 얘기를 듣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측이 불필요한 억측과 지나친 확대해석을 우려하면서 야권의 반응을 타진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범위를 정해두려는 대목이다.

그러나 與野영수들이 둘러앉는 연석회동이 아니라 개별회동 형식으로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즉 배석자도 없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모처럼 깊숙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 의례적인 인사나 국정설명만 있겠느냐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4.11총선 결과 與野 모두 만족할만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상황이고 향후정국의 주도적인 입지확보를 위해 당선자영입등 벌써부터 與野간 물밑경쟁이 치열한 시점인 만큼 이른바 보따리 를 풀어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영수회동에서 金대통령은 향후 정국운영을 대화합을 통한 큰 틀 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총선에서 그대로 노정된 극심한 지역성과 후보자간의 갈등과 반목을 하루빨리 씻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치를 위해 정치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야당대표들은 金대통령에게 국정운영에 있어서 독단과 독주를 지양할 것과 부정부패 척결이나 선거사범 처리에 있어서도 결코 편파적인 수사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예상된다.

더구나 金大中총재는 金대통령이 광복50주년을 계기로 지난해 8월23일 與野 정당대표와 전.현직3부요인, 정계원로등 2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면서 국정운영에 협조를 당부한 자리에 당시 국민회의창당준비위원장으로 참석한 이외에는 金대통령과 개별적으로 조우한 적이 없어91년이후 5년만이고, 그때(작년) 개인적 사정으로 불참했던 金鍾泌총재또한 민자당을 떠난뒤 사실상 이번이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된다.

때문에 이들 두 총재는 金대통령과의 관계정립이나 내년 大選문제, 또 앞으로의 정치구도등 심도있게 나눌 얘기들이 많을 것은 뻔하다.

결국 15대총선결과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의 善戰을, 그동안 추진해온 일련의 개혁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 金대통령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있는 이번 與野영수회동은 全斗煥.盧泰愚 두 전직대통령 처리문제를 비롯해 정계개편, 대선자금등 예민한 정치현안들까지 거론될지는 미지수지만 논의내용의 함량 에 따라 의미가 부여될 수밖에 없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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