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침묵의소리

입력 1996-04-17 14:59:00

도시생활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그리고 네모난 아파트와 사무실, 1년 365일 변함이 없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온통 현대문명이 남긴소음 뿐이다. 자동차 소리, 기계 소리, TV 소리 등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소음만 듣고사니 삶의신비를 잃어 버릴 수 밖에 없다.

현대 과학은 신비의 껍질을 다 벗겨버렸다. 신비 속에 가려있던 하늘의 세계를 우주 왕복선이 헤집고 다니고, TV는 애기가 수정되고 생명이 잉태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화산이 폭발하고 꽃이 피고 새가 집을 짓고 알을 까는 모습을 비춰 준다. 자연의 신비를 다 벗겨 버려 이 세상에는 신비나 경이로움이 다 없어져버린 것 같다. 과학은 주장한다. 모든 것은 전부 다 설명될 수있다고.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신비나 경이는 무지의 소산이 아니라 지식의 소산 즉앎으로부터 생겨 난다는 것을. 눈을 뜬 사람은 자연에 대하여, 우주에 대하여, 사물에 대하여, 더나아가 신의 세계의 대하여 알면 알수록 그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압도당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가장 공평한 것은 우리가 그 신비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이로움을 더이상 느낄 수 없고 놀라움을 더이상 가질 수 없는 자들은 죽은 자들과 같고 심지가 없는 초와 같은 자들이다

사람의 나이 40세가 넘으면 5살 때 가졌던 호기심과 경이로움의 2%만 남는다고 한다. 죽어간다는 뜻이다. 시끄럽던 선거도 끝이 났다. 한결 조용해진 느낌이다. 이제 모두 자기에게로 돌아가야하겠다.

우리가 비록 복잡한 도시 아스팔트 위를 걷지만 들리지 않는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지구가 자전과 공전하면서 내는 그 엄청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목사.대구삼덕교회 당회장 金泰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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