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메아리

입력 1996-04-10 14:34:00

한 개구쟁이가 못된 짓을 하다가 한번은 엄마한테 심한 꾸중을 듣고 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 소년은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집을 뛰쳐나가 산속으로 들어 갔다. 엄마가 자기를 미워해서 매를 맞았다고 여기니까 엄마가 미워졌다. 울분을 참지 못해 큰소리로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라고 고함쳤다.

그런데 곧장 그 산속에서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이 소년은 엄마도 자기를 미워하고 산도 자기를 미워하고 숲도 자기를 미워하고모두가 자기를 미워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덧 저물어 엉엉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 품에 안긴 소년은 소리쳤다.

엄마! 엄마도 날 미워하고 산도 날 미워하고, 숲도 날 미워해

다음날 엄마는 아들을 데리고 산으로 가서 아들에게 이렇게 크게 세번만 소리치라고 했다. 나는당신을 사랑합니다 소년은 어머니가 시키는대로 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소리가 끝나기가 바쁘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메아리를 들은 소년은 무척 기뻐했다는 얘기이다.인생은 메아리와 같다. 인생은 산울림과 같다. 인생은 우리가 하는 대로 우리에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누가 날 미워하고 누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어쩌면 그것은 내가 나타내고 표현한 것에 대한 산울림인지 모른다. 감옥에 갇힌 사람치고 내가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하나같이 자기는 억울하고 부당하게 옥살이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심었고그래서 내가 거두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는 전직 두 대통령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목사.대구삼덕교회 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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