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딸아이를 마중하기 위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칠 시간이 되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교문을 빠져 나왔다. 그들의 재잘거림과 앙증맞음이 한데 어울려 골목길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듯 했다.
내 눈에 머리를 단정하게 땋은 예쁜 여학생 두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교문을 벗어나자마자 곧장학교앞 가게로 뛰어 들어갔다. 한 아이가 주머니에서 돈을 400원 꺼내 아이스크림을 두 개 사더니 옆 아이에게 한 개 건네주었다. 사준 아이는 신주머니를 자연스레 과자를 받은 아이에게 건네주었고 그 아이는 당연한듯 신주머니를 받아 들었다. 그렇게 되니 한 아이는 가방을 멘채 한 손에 두 개의 신주머니를 들고 또 다른 손으로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힘겹게 먹는 반면 신주머니를건네준 아이는 홀가분한 차림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아이스크림을 사준 아이는 너 이 아이스크림값 언제 갚을래 를 연신 물으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아이들의 계산을 지켜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했다. 친구 사이에 과자를 사서 그냥 나눠먹는것이 옳은 일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그 과자 값으로 신주머니 하나쯤은 들어줄 수 있다고 하자.그러면 됐지 과자값을 반드시 갚으라는 우격다짐은 또 뭔가. 어떤 의미에서 이건 명백한 불공정거래이고 요즘 아이들의 영악성을 드러내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물론 두 명의 아이가 반드시요즘 아이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고 또래집단의 친구 사귀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아이들에게는 그냥 지나쳐 보기 어려운 우리시대의 보편적인 이데올로기가 스며들어 있는것 같다. 친구 사이에서조차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계산법은 물질적 이해관계가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관계는 이미 보기 어렵게 된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이 아닐까? 시인 김용락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