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작가 김소진,김대식,권여선

입력 1996-03-28 14:40:00

"나란히 신작소설 발표"개성적인 작품 세계로 가능성있는 90년대 작가로 기대되는 김소진씨의 자전거 도둑 , 김대식씨의 몽유 금강 , 권여선씨의 푸르른 틈새 등 세 소설가의 창작집과 장편소설이 출간돼 관심을끌고 있다.

김소진씨(33)의 창작소설집 자전거 도둑 (강 펴냄)은 첫 눈 , 아버지의 자리 , 달개비꽃 , 원색생물학습도감 , 경복여관에서 꿈꾸기 등 9편의 중.단편을 싣고 있다. 김씨는 과거 또는 일상의더러움을 벗어나려는 행위가 역설적으로 일상을 위한 희생양밖에 안되는 오늘날의 막막한 현실속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여타 작가들의 후일담 소설이 이념의 과잉과 상실의 시대로 인식하고 다소 윤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면 김씨는 80년대와 90년대를 민중적 삶이지탱해온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고자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장석조네 사람들로 대표되는 서민대중들의 쑥부쟁이 같은 애환의 삶은 80~90년대의 삶과 그물처럼 엮이고 서로매개돼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부모세대인 그들처럼 작가도 지금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희망찬 삶을 살아갈 방도를 찾고 있다. 작가는 우리 당대를 고민스럽게 살아가는 자들의 본질을 이념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구체적 역사의 차원에서 복원하고자 한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김씨는 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등단,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장석조네 사람들 , 고아떤 뺑덕어멈 등을 냈다.

김대식씨(49)의 첫 작품인 장편소설 夢遊金剛 (민음사 펴냄)은 컴퓨터 세대의 등장에 따라 직장과 가정에서 존재 위기를 맞고 있는 40대 후반 사진 작가의 갈등과 고뇌를 선연하게 드러내면서금강산이라는 거대한 상징을 통해 분단과 통일문제도 천착하고 있다. 작가는 금강산 묘사를 통해소설의 묘사가 구체적인 체험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이뤄질수 있음을 보여준다. 꿈 속에서 금강산행 전철을 타고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을 유람하는 금강산탐승 부문은 매력적이다.

제 2회 상상문학상 수상작인 권여선씨(31)의 푸르른 틈새 (살림 펴냄)는 젖은 방 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한 여성이 겪는 젊음의 슬픔과 방황, 성숙의 의미를 진지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있다. 서른살의 여성 손미옥은 일주일 후면 이사가는 자신의 방에서 유년, 대학, 현재에 이르는서로 다른 시공간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지나온 삶을 바라봄으로써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또 미래에의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권씨는진정한 성숙을 자문하는 젊은 영혼의 내면을 개성적인 문장 구사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권씨는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 현재 소설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申道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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