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을 기다린다..노동시장

입력 1996-01-26 14:01:00

도시의 삶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노동시장, 농수산물도매시장등 새벽을 여는사람들에겐 겨울도 없다. 역동적인 삶의 현장인 서민들의 새벽시장을 스케치해본다.(편집자 주)

하루의 노동이 가장 값진 곳. 노동시장.오전 6시 서구 북비산네거리 어둠이 여전한 겨울새벽. 두터운 작업복에 가방하나씩을 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누군가가 화톳불을 피우고잠깐사이 20여명의 인원이 불가로 빙둘러 선다.20대부터 50대후반까지의 연령층. 그러나 김군 이씨 등으로 수 인사를 나눈다. 다른 곳에서는 예사로 넘길 호칭이 아닐진데 누구도 허물로 여기지 않는다.삼삼오오 노변담(爐邊談)이 펼쳐진다. 어제 있었던 일, 나라얘기도 나오고. 온갖것이 다 화제가 된다.

추위와 기다림을 달래는 오랜 습관이다. 그러나 오늘은 누가또 어느곳으로 데려 갈 것인지...

가장 신성하다는 노동을 파는 이곳의 하루 품삯시세는 8~9만원선. 특별한 기술은 없어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철 두세달은 공치기 가 일쑤란다.

10년째 막노동을 한다는 박모씨(38)는 건설현장에도 기계가 많이 도입돼 사람이 할 일을 빼앗고 있다 며 앞으로는 몸 으로 돈버는 것도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이다.

오전 7시50분. 주위가 밝아져도 오지않는 구인자. 기다리기를 포기한 발길이 하나 둘 돌아선다. 연장가방보다 무거운 생활의 짐을 지고….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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