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한 뒤에 네게 애인이 없다면 같이 살자 말하려 했다면서 은박지로 접은 가락지를 끼워줘던그에게 할 수 있는 그녀의 일은 바로 사랑의 신뢰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지원에게 사랑의 감정을느끼고 있었을 때 그녀 자신은 어쨌었던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초췌한 모습에서 나락으로떨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진했던 그에게 송지원이란 존재가 있다는 성취감 한가지만이라도 심어줘야겠다는 조바심에서 그녀의 여행은 시작된 것이었다.
낮12시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정확한 시각에 정류장을 떠났다. 곧장 시가지를 벗어나 덕소를지나고 홍천을 지나 인제를 거쳐 한계령을 넘었다. 오색을 지나 양양에 당도한 것은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6시께였고 버스를 내린 것은 그가 복무중인 부대 앞이었다. 오후부터 간간이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초소 앞에 있는 가건물 안에서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들창코를가진 삼십대의 아낙네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는데도 난로 곁을 떠나지 않고 바싹 조여 앉아있었다.
그 써클에서 만난 이후 그날의 면회실까지 송지원은 그렇게 환하게 핀 오태석의 얼굴을 본 적은없었다. 무턱대고 핀 봄날의 개나리꽃 같은 얼굴을 가진 그가 면회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송지원은 너무나 잘왔구나는 포만감같은 것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들창코 아낙네가 바라보고있는 가운데 두사람은 가벼운 포옹을 나누었다.
"사역중이었는데 연락이 왔어. 믿어지지 않았어"
두사람은 창가로 다가갔다. 희끗희끗 날리고 있는 눈발 저편으로 대학노트 두권을 나란하게 잇대인 크기만한 여인숙의 간판에는 '행복여인숙'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여인숙과 나란하게 갈비집이있었다. 하루 두번 밖에 버스가 없는 오지에 내린 그녀는 물론 서울까지 돌아갈 생각은 처음부터하지 않았었다. 느지막이 집을 떠난 것도 그리고 조금 기다렸다가 12시 이후에 출발하는 버스를선택한 것도 그녀의 가슴 속에도 사리고 있었던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새벽버스를탔었더라면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넉넉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계산이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되바라졌지만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그녀로 하여금 오후 버스를 선택하게 만든 것임에는틀림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면회실을 걸어나와 길건너 멀찌감치 바라보이는 여인숙 곁의 선술집으로 향했다. '돼지갈비집'간판에는 군더더기 수식어 한마디 없이 그렇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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