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허수아비 중기청

입력 1996-01-10 14:19:00

빛좋은 개살구. 신설될 중소기업청을 두고 하는 말이다. 中企廳은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해 그 법적 모습을드러냈으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對정부 불신감만 부채질하게 됐다.

사실 정부가 중기청을 신설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면에는 오랜 세월동안 누적돼온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이 깔려있다. 경기 호황을 누렸던 지난 한해동안에도 오히려 중소기업계는 하루 평균38개 총 1만4천여개 업체가 부도로 도산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전망되고 있다.

지난 5일 金泳三 대통령이 올해 첫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공업진흥청을 중소기업청으로 확대.개편하라고 지시한 것은 자금.인력난 등으로 허덕이는 중소업체들에겐 '오랜 가뭄끝의단비' 격으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중소업계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전담 기구가 출범할 것으로믿었기 때문이다.

하루 뒤 정부와 신한국당 역시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 오는 2월말까지 중기청을 신설하겠으며 나아가 경제장관회의에 중기청장도 참석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청이란 말이 무색해질 지경이다.우선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수립 기능을 모두 통상산업부 소관으로 했다는 점이다. 즉 신설될 중기청은 통산부가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기만 하면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따라통산부 산하 중소기업국은 중기청으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존속, 정책 입안 기능을 계속 갖게된다. 이럴 바에야 廳 신설에 따른 예산 확보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국 기능을 확대 개편하는 편이 낫지않았겠느냐는 비판이다.

이와관련, 姜亨錫 국무총리 공보비서관은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정책은 타 부처와의 협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廳이 아닌 부처차원에서 맡아야 한다는 게 통상산업부측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도 구체적으로 정부 조직법 개정안 부칙 2,3조를 제시하면 입지가 더욱 약해진다.

당초 정부는 중기청 위상에 대해 폐지될 공업진흥청 업무를 확대 개편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반면 부칙 곳곳에는 중소기업과 관련한 공진청장 권한 중 다수를 중기청장이 아닌 통상산업 장관에게로 이관했다.

중기청 신설방침이 알려진 직후 '총선용 애드벌룬'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 항간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직안은 再考돼야 한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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