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들은 항상 멍에를 짊어지고 산다. 그들은 남자와의 차별을 자신의 자연적인 몫으로 받아들인다. 결혼에서 남편의 애정을 기대하지 않으며, 구습을 타파하겠다는 생각은 결코 할 수가 없다' '한국의 여인들은 빨래의 노예다. 서울의 깊은 밤, 그 괴괴한 정적을 깨뜨리는 유일한 소리가 있다면 한밤내 잠못자고 다닥 다닥 빨랫감을 두드리고 있는, 다듬이 방망이의 그씁쓸한 소리이다'구한말 선교사로 왔던 영국출신 이사벨라 버드 비숍여사의 한국체험기에묘사된 당시 여성들의 모습이다.
불과 수십년전만해도 그러했다. 등골이 휘도록 시부모, 남편, 자식 뒷바라지로 마른 삭정이가 되어 생을 마치는 것이 '한국여자의 일생'이었다.그토록 연약했던 한국여성들, 2000년을눈앞에 둔 지금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조금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가장 역설적으로 한국남녀의 역학구조 변화를말해주는 예가 '간 큰 남자' 시리즈이다. '아내가 말하는데 고개를 빳빳이들고 쳐다보는 남자' '내가 갖다준 월급 다 어디에 썼어 하고 묻는 남자'...'간 큰~ '시리즈가 주로 가정에서의 여성지위향상을 풍자한 것이라면 90년대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우먼파워는 한국여성의 잠재력과 저력을새롭게 보여준다.
전통적인 남성아성에 도전하는여성 1호들의 증가추세가 한 예이다. 정부수립이후 최초의 여성시장(전재희 광명시장), 여성구청장(이현희 전대구남구청장), 노동부사상 첫 여성기관장(신명 서울 관악지방노동사무소장), 첫 여성파출소장(최은정 서울 반본파출소), 서울시의 첫 여성동장들,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지점장(김광순 쌍용투자증권 분당지점장)이 잇따라 등장했다. 뿌리깊은 보수색의 대구에서도 첫 여성 은행지점장(배정순 대구은행 동성로지점장)이 나왔다.
엄격한 금녀(금녀)구역이었던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오랜 철칙을 깨고 여성입학을 허용했고, 세무대, 경찰대, 철도전문대 등 국가운영 특수교육기관들도 10%에서 50%까지 여성입학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바야흐로 여성들의 손발을 죄었던 족쇄가 풀리고, 금녀의 빗장이 열려지고있다.
여성진출의 사각(사각)지대인 정치권에도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지난 6.27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1백36명(광역 55명, 기초 81명)의 여성이당선, 91년 선거때의 48명(광역 8명, 기초 40명)보다 88명이 늘었다. '지방정치=생활정치'의 인식변화로 여성의원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의 빠른 증가는 여성 사회진출의 중요한 잣대. 95년통계청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인구중여성비율은 65년37.2%에서 94년 47.9%로 10.7%포인트 늘었다. 65년 64.0%였던 농림수산업 종사자가 93년 17.2%로 감소한 반면 전문기술, 행정관리직 종사자는 1.5%에서9.6%, 사무관련직은 1.2%에서 15.4%로 늘어나는 등 단순노동직에서 전문, 기술직 및 서비스업종 등으로 바뀌어지는 추세이다.
여성기업인의 증가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재벌급 여성총수들부터 각종 아이디어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여성경영인들로 '기업= 남성전유물'의 편견이 깨트려졌다.
뿐만아니라 여성호주 인정, 딸아들의 균등한 재산상속권,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 등 남녀평등개념에 의한 가족법 개정, 성폭력특별법 제정, 최근의 가칭 가정폭력방지법 입법화 추진운동 등은 부쩍 커진 여성의 힘을 실감케한다.
특히 세계화추진위원회의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10대 중 단기 중점추진과제'는 우리사회가 동반자로서 여성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아직 샴페인을들기에는 이르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95년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의 정치, 경제활동 및 정책결정과정 참여도를 말하는 여성권한척도(GEM)의 경우 1백16개국중 90위로 중국(23위), 북한(50위), 방글라데시(80위) 보다도 낮으며, 남녀평등지수(GDI)는 1백30개국중 37위, 남녀간임금격차는 조사대상국들이 70~80% 수준인데 비해 52.2%, 여대생은 남학생 1백명당 55.4명으로 개도국들의 60~90명보다도 적다.
사회란 남, 여 두바퀴가 굴려가는 수레와도 같은것. 지금의 한국여성들이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해졌다지만 남성이란 바퀴가 훨씬 큰것만은분명하다.
'여성들이 어깨로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으므로, 여성들은 하늘의 절반을 쟁취해야 한다'던 모택동의 말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전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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