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돈황의 길

입력 1995-12-30 08:00:00

아픈, 내 눈 속으로 붉은 달이 뜨고저 붉은 달 속으로 걸어오는 단봉 낙타

망막의 아득한 끝으로 모래 바람 분다.

내일도 길 없는 길을 걸어서 가야 한다

지도에는 지나온 길도 가야 할 길도 없다

어디서 들개 울음소리 들렸다 끊어지고.

비워지지 않고서는 가 닿을 수 없는 돈황

넥타이를 풀었다 구두도 벌써 버렸다

기름진 칠십 킬로그램의 육신도 벗어버린다.

입 속에 고여 있던 허망들이 씹히고

해탈의 바람들이 사막 끝에서 불어온다

촉루도 웅크린 영혼도 부드럽게 풀어진다.

태양을 굴리며 오는 새벽의 손을 잡는다.

마음의 문을 열고 서쪽으로 걸어가면

마침내 내 안에서 빛나는 그리운 돈황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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