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식복과 행운의 쥐띠해

입력 1995-12-30 08:00:00

병자년, 쥐띠해이다.십이지의 첫자리가 되는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이다.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들 한다. 쥐가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재물.다산.풍요기원의 상징이다.

쥐는 자신의 미약함을 파악, 약삭빠르게 꾀를 써 십이지의 첫자리에 올랐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고자했다. 정월 초하루에 제일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차례로 지위를 준다는 선발기준을 제시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각 짐승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했다. 쥐는 도저히 작고 미약해서 먼저 도달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 제일 열심인 소에게 붙어있었다. 정월 초하루, 동물들이 앞다투어 달리는 가운데 소가 제일 먼저 도착한 순간소에게 붙어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가장 먼저 문을 통과하였다. 소는 분했지만 두번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쥐(자)가 정북과 밤 11시에서 새벽 1시, 달로는 음력 11월을지키는 방향신이자 시간신이 되게 된 설화가 전해온다.

선조가 어전앞으로 지나가는 쥐를 보고 물었다. "쥐는 저렇게 외모도 못생겼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많거늘 어찌하여 십이간지 중 첫자리에 놓았는고" 유희춘이 "쥐의 앞발가락은 넷이요, 뒷발가락은 다섯입니다. 음양에서 짝수는 음, 짝이 맞지않는 수는 양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넷은 음수, 다섯은 양수입니다. 짐승중에 한 몸뚱이에 음양이 상반되는 짐승은 쥐외에는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음기는 밤중이면 사라지고 양기가 생기게 됩니다. 쥐를 열두시 중 꼭대기에 놓고 자 축 인 묘등으로 나눈것은 앞발(음)을 내디딘뒤에 뒷발(양)을 내디딘다, 즉 밤 열두시가 양기가 생기는 때인 까닭입니다"고 대답했다.

쥐의 앞.뒷발 숫자가 다른 점을 음양오행으로 설명한 것이다. 12지의 첫자리인 쥐는 육십갑자 가운데 양수로서 천간(십간) 중의 다섯 양, 즉 갑 병 술경 임과 결합하여 갑자(나무쥐) 병자(불쥐) 술자(흙쥐) 경자(바위쥐) 임자(물쥐)의 순서를 거친다.

쥐는 예로부터 조각 회화등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개풍군 수락암동 석실고분 벽화의 12지신상에는 인물상의 관모위에 쥐가 사실적으로그려져있고,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 겸재 정선의 '서투서과'에 쥐가 수박을 갉아먹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홍도의 '군선도'에는 신선들이 그린 쥐가바로 살아나서 달아나는 모습이 생동감있게 표현돼있다.

문화재연구소 천진기연구사는 "쥐는 한국문화에서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주고, 많은 정보를 알고있는 정보체로 인식되는가 하면, 재물 다산 풍요기원의 상징이자 미래의 일을 예시해주는 영물로 여겨졌으며, 약자 왜소함 도둑 재빠름등에 비유되는 등 몇가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동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쥐가 집의 붕괴를 예견하고 그 집주인을 구했다는 설화가전남에서 전해오고, 황해도 서도신사 전설은 쥐가 신앙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주고 손톱발톱을 함부로 버리면 쥐가 그것을 주워먹고 버린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민담이 전해온다.

한국문화속에서 쥐의 이미지는 약자의 이미지를 대변하는데 민담속에서 은혜를 갚은 쥐나 사람의 출세를 도운 쥐이야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는 쥐이야기등은 이런 맥락속에서 이해된다.

외국에서는 쥐가 미키마우스나톰과 제리로 인기있고 생쥐들의 도움과 요정의 힘으로 왕비가 된 신데렐라처럼 동물과 자연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씨로 뜻밖에 이름이 나고 부귀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문화재위원 오창영씨는 쥐가 설치류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우며, 쥐과에는 모두 91속 4백60종이나 있어 비단털쥐과의 98속 5백70종과 아울러 다른어떤 포유동물보다 크게 분화된 일족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집쥐의 조상들은원래 서남아시아에서 발생, 12~13세기 이전까지만해도 이 지역을 벗어나지못하다가 15~18세기의 항해붐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 번성하기 시작했다고설명한다.

"쥐는 부지런하며, 비록 시행착오는 많지만 활동시간에는 잠시도 가만있지않고, 먹이찾기에 분주하다"고 일러주는 오위원은 쥐띠해에 출생한 사람이대부는 못돼도 평생 굶주리지는 않는다고 전한다.

〈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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