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성·재미 동시만족 촉구"

입력 1995-12-28 00:00:00

올해 신년호부터 매일신문에 연재, 12월 29일자로 마치게 되는 장편 현대소설'도시의 푸른 나무'는 몇년 전에 구상했었다. 지금까지 줄기차게 다루어왔던 일제치하, 해방, 육이오전쟁 전후의 암울했던 시대에서 눈을 돌려, '현재의 시간, 그 그늘진 배후를 소재'로 새로운 세계를 그려보고자 했다. 자폐증 청년을 주인공으로, 그 청년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의 그늘을 그리고자 했을 때 그 장애자의 의식세계를 따라가자면 꽤나 난해한 소설이 되겠거니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이제 리얼리즘 소설을 그만 쓰겠다는 마음작정도 하고 있었다.신문사의 연재 제의를 받았을 때, 막상 떠오르는 현대물의 '소설감'이 없었다. '도시의 푸른 나무'를 쓰기로 작정하자 구상했던 내용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문 연재 소설이란우선 쉽게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애초 구상했던 문학성도 살리고,재미있게 읽히는 쪽으로 타협한 결과가 연재를 마친 '도시의 푸른 나무'의 골격이 되었다.

세속도시 그늘의 폭력세계와 원초적 고향으로서의 식물세계를 대비시키며,주인공 마시우가 겪어내는 10개월의 객지살이가 얼마만큼 형상화되었는지,나로서는 열심히 썼건만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는 우리가 내뿜는 탄산가스로 찬 도시와 식물이 우리에게 공급하는 산소같은 고향의 이미지를 짧은 문장으로 중첩시켰다. 연재 2개월 정도 독자들은 혼란이있은 모양이었다. 그후부터 읽는방법을 숙지하여 잘 따라간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주인공 마시우는 장애자다. 그러나 맑은 영혼을 가진 순결한 심성의 소유자다. 나는 식물이 지배하는(환경오염 이전의 세계) 그 세계로 주인공을 돌려보내는 것으로 소설을 마무리지었다. 책이 되려면 많은 충고가 있어야 할만큼 거친 면도 없지 않았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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