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시아 공산당의 부상

입력 1995-12-26 00:00:00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고 개혁의지가 아무리 뚜렷하다 해도 민심이 떠나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수 없다는 교훈을 러시아에서 읽을수 있다. 러시아는지난 17일 2백25개 지역구에서 전국구의석을 포함하여 모두 4백5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거를 실시했다.결과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주도권을 잡은 2년전 총선때와는 사뭇 다르게 공산당이 하원 '두마' 총의석의 3분의1이상을 얻어 제1당으로 부상했다.러시아 재생이후 두번째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와 민족주의 세력들이 친옐친계열인 '우리집 러시아당'등 개혁세력을 앞질러 의석의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대통령과 의회간의 잦은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의 총선방법은 지역구에서 1명씩의 지역의원을 뽑고 전국구 의석은정당별 투표에서 5%이상을 득표한 정당들에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러시아공산당은 지역구에서 58석을, '우리집 러시아당'은 53석,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51석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총선에 참여한 43개 정당중 일부와 무소속이 의석을 나눠 차지했다. 그러나 제1당이 된 공산당은 정당별득표율에서 21·99%를 얻어 지역구 의석을 합쳐 1백58석을 최종 확보함으로써 친옐친 정당을 추월하여 명실상부한 맨앞자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이번 총선은 내년 6월16일로 예정되어 있는 차기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있는데다 그동안 옐친이 이끌어 온 개혁정책을 심판받는 의미가 강해 전세계가주목해온 터이다. 그러나 결과는 여론조사기관들이 예상한대로 공산당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급진 개혁은 반드시 부작용을 몰고 오고, 그 부작용이 득표에 방해공작을 편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개혁드라이브는 물론 성공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물가고·빈부격차·범죄증가·부정부패등을 부추겼고 이에 덩달아 구소련붕괴이후 혜택을 입지못한 서민들은옛 소련으로 회귀하려는 강한 향수까지 느끼게 했던 것이다.국민들의 불만이 거부와 저항으로 이어지면 개혁도 어렵고 정권유지도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새삼 배우게 된다. 지금 당장은 옐친정권이 정책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반대세력이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더라도 개혁의지가 상처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제1당이 주장하는 구소련으로의 회귀 주장에많은 국민들이 동조하게된다면 옐친정부의 입지도 흔들릴 가능성은 충분히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수교한지5년이 되는 주변4강국중의 하나다.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과도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는, 한때는 공산국가의 종주국이었다. 러시아가 가는 방향에 따라 한반도의 앞길 또한 크게 달라질수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정세에 눈을 크게 떠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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