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환과 지원 구분을

입력 1995-12-25 08:00:00

북한이 몹시 흔들리고 있다. 지난 여름 수해에 겹친 식량난이 식량폭동을부를 만큼 내부는 민간소요를 우려할 지경에 다다랐다. 북한당국은 내부로부터 빚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상황이 곧'체제불안'이라고 보고 이를 미리막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남쪽의 군사도발에 대비한 군사훈련강화와 군사력의 휴전선쪽 전진배치였다.그러나 민간소요의 기미는 주린 배를 채우기 전에는 좀처럼 삭아들 조짐을보이지 않게되자 군부에경찰기능을 떠맡겨 예상되는 폭동에대비하고 있다.그러면서 북한당국은 반체제 혐의로 구속되어 있는 인사들을 주민 수천명이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처형함으로써 최근 북한 주민들 마음속에 싹트고 있는'잠재적 반체제'에 위협과 경고를 보내고 있다.북한은 내부의 불안요소는 정면돌파 수법으로 강경하게 처리하는 대신 외부 즉 외교관계는 강경일변도에서 급선회하여 부드러운 처신으로 바꾼듯 하다. 그것이 겉으로 나타난게 86우성호 선원들의 귀환이다. 북한당국은 22일선원송환을 발표하면서 '민족적 화해'니 '동포애와 평화애호'니 등의 그들이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수사학적인 용어를 동원하는걸 보면 앞으로의 속셈을충분히 짐작할수 있을것 같다.

북한의 이상징후가 처음에는 도발의 가능성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단계를높여 가면서 내비친 속뜻은 그들의 체제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한 우회수법임을 이제 알것같다. 군사력 전진배치·군사훈련 강화·반체제인사 공개처형·군부 경찰기능 장악·우성호 송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다음 단계를필연으로 예고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경제지원이다.

북한은 그들의 상투적인 수법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과 일본등이원조를 하지 않을수 없을 정도의 필요충분한 불안을 야기시켜 놓은뒤 뒷거래를 통해 손을 벌릴것 같다. 이미 그러한 조짐들은 미국을 통해 비쳐져 왔다.페리국방장관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꾸준하게 북한내 상황에 대해 우려를표시해 왔다.

또 미전략문제연구소(CSIS) 윌리엄 테일러소장은 "한반도 상황이 보스니아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들이 결국 북한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선 주변국들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쪽으로의견을 몰아가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진전되었으면 우리정부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행동해야한다. 그것은 서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제시한바 있는 △남북대화재개 △북한의 지원요청 △대남비방중지등 몇몇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고는어떠한 지원도 해선 안된다. 지난번의 쌀주고 뺨맞은 기억을 되살려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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