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푸른나무(300)- 제10장 아우라지의 희망 ⑪

입력 1995-12-22 08:00:00

"노망든 노친네를 많이 다뤄본 것 같소" "이력이 난 솜씨던데?" "처녀가똥싼 노친네 속옷을 아무렇지 않게 빨다니" "자, 홍시 하나 먹어요"마을 아주머니들이 한마디씩 한다. 경주씨가 춘길이엄마로부터 홍시를 받는다. 먹지를 않는다. 경주씨가 미소만 띠다 말문을 연다."제 전공이 시우씨 할머니 같은 분을 돌보는 일인걸요. 저 이름은 노경주예요"

"집에 노망난 할머니라도 있소?"

"없습니다. 아버님은 육이오때 홀로 남한으로 내려오셨거던요. 얼마 후 국군에 입대하셔서 중상을 입고 제대하셨죠.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때 별세하셨는데,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했고 다리를 절었죠. 몸이 불편하니 어디 취직인들 제대로 할 수 있었겠어요. 제가 오남매 막내인데 태어나기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서 국수집을 했고, 그후에는 시장에 조그만 의복점을 내어 우리 다섯형제를 공부시켰죠. 내복이나 양말을 파는 가게였어요. 저는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을 보고 자라며 장차 아버님같은 분을 위해 봉사하며 살기로결심했지요. 사회봉사사업말입니다. 그래서 대학도 그런 학과를 선택했구요""장하구려. 요즘 젊은이들하곤 생각이 아주 다르군요. 기특하오"한서방이 홍시를 먹으며 말한다.

"경주양을 보니 내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것 같구려. 큰 놈은 지난 추석때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도 찾지 않았다오. 둘째놈은 중국에 무슨 합자공장 기술자로 나구 있구. 딸들이야 출가외인이라 기대도 않지만""허구헌날 땅 파뒤져봐야 희망이 없으니 자식들 도시나갈 때는 여기 산골사람들도 좋아라 했지요. 저들도농사 짓기 싫다며 떠났구. 그러니 이 산골에는 이렇게 중늙은이들만 궁상스레 남았다우. 더 늙고 병들면 돌봐줄 사람조차 없으니 앞 일이 걱정이라우"

나전댁이 한숨을 쉰다. 삶은 밤을 깨물어 터뜨린다. 커피 스푼으로 속살을파먹는다.

"앞으로 정말 그 점이 문제야요. 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일할이 치매환자라잖아요. 열명 중 한명이 노망이 들었다는 거죠. 평균 수명이길어질수록 그 환자 수는 더 늘어난다고 봐야지요. 치매는 노인병으로 누구에게나 닥치는 고칠수 없는 병이라고들 생각하지요. 사실 치매에 걸리면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요. 원인으로는 노인성 질병인 고혈압, 당뇨, 심장병이라고 밝혀졌습니다. 뇌의 미세혈관이 막힐때 치매가 오지요. 대혈관이 막히면사망하거나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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