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전 이제는 어떻게 불러야 될지 조차 애매해진 5공 창건작업이 한창기초를 다지고 있을 때였다. 우리 정국을 주시하고 있던 주한미군 사령관이외신에서 한국인을 들쥐떼와 같다고 말해 크게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듣는그대로라면 한국인 모두가 분노할 만한 소리였다.그렇지만 그 들쥐라는말의 원의를 정확히 살펴본 사람들은 민망하면서도속으로 고개를 끄덕이지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들쥐는 여느 들쥐가아니라 피리 부는 소년의 인도에 따라 마지막 한마리까지 남김없이 강물에빠져죽고 마는 동화속의 쥐떼이기 때문이다.
*여론향배의 가변성
생물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지구상 어딘가에 실제로 그런 쥐떼가 있다고한다. 그들은 몇년에 한번씩 앞장선 쥐를 따라 강물에 집단으로 투신하는데그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지나친 번식에 따른 자연의 균형회복작업이 아닌가 하는게 유력한 추측일 뿐이다.
그 유엔군 사령관이 말한 들쥐떼가 그런 종류라면 작금의 사태를 냉정히관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비유가 다시 한번 절실하게 가슴에 닿아올것이다. 그때 한데 몰려 5공으로, 6공으로 행진했던 사람들은 이제 반대편으로 되돌아서 떠들썩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5·18특별법 제정과 그에 대한여론의 지지도가 그러하다. 여론조사의 유도심문적인 성격을 감안한다해도지금의 지지도는 80%언저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그같은 수치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걸받아들이는 사람이라도 대통령의특별법 제정 지시가 있은 날부터 열흘가량이 나라를 떠나 있다 돌아온 사람이라면 그같은 여론의 향배가 표변처럼 느껴질 것이다. 떠날때만 해도 여론으로 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던 특별법의 제정이 열흘만에 돌아오니 대세로 혹은 필연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떠들썩한 '자기부정'
5·18특별법 제정과 거기에 따른 후속조처의 도덕적 법적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거기에 과청청산이란이름을 붙이든 역사 바로세우기란 명분을 더하든 본질로는 그 일련의 진행이우리 모두에게 자기부정의 뜻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오고 '그들의 공화국이 세워질 때' 혹은 '찬탈'이 일어나고 12년간이나 '내란상태'가 지속될때 우리는 모두 어디에 있었던가. 지금 이 나라가 정의와 양심에 의지해 외롭게 저항해온 한 줌 투사들만의 나라인가.
그런데도 단 열흘동안에 '잘 될까'를 '그래야지'로, '안될거로'를 '어쩌겠노'로 바꿔놓은 피리소리는 무엇일까. 앞장선 쥐 혹은 피리부는 소년에게는나름의 복안과 지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쥐떼가 일사불란하게 뒤따르게하기 위해서는 어떤 신호체계 혹은 피리와 같은 전달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들쥐떼를 여느 들쥐떼와 구분짓게 하는 것은 바로 그같은 신호체계 혹은 전달수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막을 길이 없어져버린 듯한 이 거대한 자기부정의 행진을 가능하게한 피리는 아마도 현대의 리바이어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중매체의 언론같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중앙의 거대매체들은 입을 모으듯 우리를 이 행진으로 몰았다. 특히 텔레비전 방송은 드라마까지 동원해 심리적 폭력에 가까운 강요의 피리소리를 높였다.
*현대의 리바이어턴
하지만 실로 곤혹스러운 것은 그 피리가 바로 15년전의 우리를 5공으로, 6공으로 몰고간 그 피리와 같다는 점이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때피리를 잘못 쓴 속죄를 이제 씻기위해 더 소리를 높이는 것이라면 형식논리로는 아구를 맞출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이 그러한 형식논리로만 이루어진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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