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고층빌딩에서 내려다 본 세상

입력 1995-12-21 08:00:00

모든 도시는 저마다 도심을 갖고 있으며, 그곳은 대부분 고층의 건물군이자리하고 있다.고층빌딩들은 그 도시가 필요로 하는 만큼 서로 그 높이를 겨루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도시의 특색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고층건물군을 도심의 핵이라고도말하기도 하며 도심의 과밀화, 초고층화는마치 현대화의 대표주자인양 우리에게 비추어지기도 한다. 한때 명성을 자랑하던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103층)은 그 최고의 자리를 내놓은 지벌써 오래이며, 약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뉴욕 맨해튼 남단의 세계무역센터(110층)는 건축물 높이가 세계적이란 사실 때문에 쉽게 테러의 대상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하였다.

세계 여러 도시를 살펴보면 건축물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스카이 라인의특성은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 및 경제력과는 밀접한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한국경제 발전의 상징물인양 초고층건물인 63빌딩을 남들에게 큰자랑거리의 하나로 내세우는데 비해 파리 사람들은 유럽에서 제일 높다는 몽빠르나스 뚜르(59층)를 파리 시내에 건설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누가 보아도 마치 광활한 평야에 높은 전신주하나가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건물이 파리라는 도시의 전체 스카이라인이나 평등을 국가목표로 내세우는 프랑스라는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건물이란 점을 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건축이 현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회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동기가있어야 한다. 그외에도 건축이란 감당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인 능력에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자못 크다 하겠다.어쨌든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도서관, 개인의 과욕에 의해 필요 이상의 빌딩들이 숲을 이루어서도 안되겠지만 부를 과시하기위한 대재벌들의 도구로써 초고층빌딩이 대한민국을 발 아래 굽어 내려다보며 군림하는 천국으로 인식되어져서도 물론 안될 것이다.

〈건축가·경북산업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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