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특별법'이 19일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는 우리 헌정사의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청산의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또한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권을 장악한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처벌된다'는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 중대사건이다.과거를 용서하고 외면만 했던 우리현대사에서 비뚤어진 과거를 바로잡는첫번째 작업이라는 것이다. 특별법제정을 둘러싼 진통과정에서 제정을 추진한 측에서는 해방직후 일제청산을 내걸었던 '반민특위'의 무산을 예로 들었다. 친일세력에 대한 단죄가 불확실해 민족정기를 바로잡지 못한 데서 현대사의 왜곡이 시작됐다는주장이다. 여권핵심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헌정질서 파괴행위에대해서는 준엄한 심판이 따른다는 역사의 선례를 남겨야한다"고 역설했다.이날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둘로 나뉜다.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등에 관한 특례법'과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 등이다. 전자는과거사보다는 미래에 대한 예방.경고용이다. 앞으로 내란과 외환 군사반란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자체를 없애 성공한 것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후자는 12.12와 5.18등 과거사에 대한 규정이다. 골자는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다. 관련자들이 국권을 장악한 상태에서는 소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 재임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을 명시했다. 따라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은 공소시효가 노전대통령 퇴임일인 93년 2월25일 부터 시작돼 15년이되는 2008년 2월24일까지 소추가 가능하도록 했다. 관련자들의 공소시효도이에 준해 연장돼 5공출범의 핵심세력들에 대한 단죄를 가능토록 했다.명예회복조치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선까지는미치지 않았으나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청구및 무죄판결을 통해 전과자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사면을 받았던 김대중내란음모사건도이번에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밖에도 5.18특별보상법을 배상법으로명칭을 바꿈으로써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5월18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제정하는데도 여야가 합의했다. 이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격상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 따르면, 전.노 두 전직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어떤 처벌도 불가능하게 돼 있고 전.노씨 두사람도 내란죄가 아닌 군사반란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토록 돼있다는 점에서'특별법'은 위헌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는 충분하다. 과거사를 지금의법률로단죄하려는 소급입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또한 김영삼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추진된 특별법제정, 통과 과정이 여권의 주장대로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이 아닌 정략에 의한 정치투쟁의 성격을지닌다는 일부의 지적도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역사에 맡기자"던김대통령의방향전환에 대한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