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삶과 예술

입력 1995-12-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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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삶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으로 흔히들 '인생은 짧고예술은 길다'는 문구를 인용한다. 삶이 예술이요, 예술이 인생이라는 의미로해석된다. 그렇다면 어떤 삶을 영위해야만 값진 예술을 할 수 있으며 바른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까.이러한 물음 앞에서 뇌리를 스쳐가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구한말을 정점으로 두뼘 남짓한 조그마한 악기에 삶을 불태웠던 단소의명인 전용선(1884~1964)을 얘기하고 싶다. 그의 단소산조는 귀곡성에 가깝다. 한때 단소연주에 깊이 빠져 있었던 필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움직였던감동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추산(추산)이란 호로 더 알려진 그는 전북에서 태어나서 일생을초야에 묻혀 음악생활을 하였으며 단소산조를 창시하였다. 오늘날 녹음으로 남겨진 그의 단소산조를 들어보면 가히 입신(입신)의 경지에서만 풀려 나올 수 있는 단소성음으로 음악을 향한 그의 집념이 어떠했는가를 짐작케 해준다. 무대연주를 별로 즐기지 않았다고 하며 제자를가르치는 일에도 성과가 없어 단소산조의 맥은 그로서 그쳤다.그가 남긴 일화중에 가장 심금을 울리는 대목은 '잘때에도 가슴에 단소를품고 자며 일생동안 돈을 몸에 지니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랍도록 철저하게 자기를살다간 예술가인가. 민족의 암흑기였던 일제치하와6·25전란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스런 현실을 뛰어넘고자한 그의의지는,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것을 보고 듣는 능력으로 드러난다. 예술가는 모름지기 최악의 현실마저도 최상의 것으로 바꾸어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을 그를 통하여 본다. 진정한 예술가가 아닌그 누가 감히 엄두낼 수 있겠는가.

요즘 조그만 성취도에만족하여 대가연(대가연)하며 자기선전에 급급하여마음의 평정을 잃어 버리는 세태속에서 한번쯤 나를 돌아보고 또 엄숙해질수 있는 계기를 이 음악가는 말없이 후세인들에게 남겨놓고 있다.〈돈보스꼬예술학교 조교수·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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