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 유착 단절계기 돼야

입력 1995-12-19 00:00:00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전직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뇌물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와 같은 중진국에서는 중대한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정경유착이라는 후진국유형의 정치구조에서 벗어나선진국 유형으로 갈수있는 기회를 마련할수도 있기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번재판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크다고 하지 않을수없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의미는 보다 대승적 차원으로 승화되지 않으면 안된다.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번 재판의 결과가 인적청산이나 규제로 끝나서는 안되고 과거에 있었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의 청산으로 이어져야만 한다는 점이다. 즉 정치권과 행정부의 제도와 관행의 재정립이 선행되지 않아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는 바로 정부의 권한 즉 규제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관주도의 정치구조를 두고는 절대로 본원적인 개선을 기대할수 없다. 이런점에서기업의 준조세가 문민정부에 들어와서도 여전하다는 설문조사의 결과와 규제완화를 위한 정부의 조직개편이 1년이 지났어도 효과가 없다는 기업인의 소리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한 이번 재판은 그야말로 인적청산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인들의 의식도 달라져야한다. 정경유착의 시대에 길들여진 의식구조가 도덕시대에 바로 적응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이 옳은 길인만큼 그렇게 바뀌어야 하며 그런점에서 재계에서 실시하고있는 대규모인사는 적절한 조치라고 보겠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도덕주의로흘러서도 곤란하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한검사는 기업이 사업으로 돈을 벌면 근로자에 주어야지 대통령에게 주어서 되느냐는 신문을 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이익은 기업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이익을 돌릴수도 있고 연구나 시설투자를 할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원리주의적으로 흘러서는 경제가 경직될 뿐이므로 이 또한 경계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한나라의 대통령과 세계시장을 누비던 재벌총수를 법정에 세운다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이 부끄러운 일을 감내하고도 이를 진행시키는 것은 보다나은 내일을 위해서다. 그런점에서 비자금 부문만은 과거지향적인 역사바로세우기에서 진일보하여 나라바로세우기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는정치인은 물론 정부와 기업인, 그리고 국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식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재판을 그냥넘길수 없고 또 그래서는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