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은 18일 1차 공판에서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사실은대부분 시인했으나 일부 업체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하는 한편, 돈의 성격이 뇌물이 아님을 주장하려는데 치중했다.노씨는 또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돈을 낸 사람이 그렇다면 그렇습니다"는애매한 말투를 자주 사용, 검찰의 신문에는 응하면서도 적극적인 인정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노씨는 이와함께 박계동의원의 폭로 직후 비자금 입.출금 장부와 기업들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을 파기했다는 진술을 함에 따라 비자금 파일이 있었음을처음 시인했을 뿐 아니라 증거인멸 사실까지도 인정했다.
노씨는 이밖에 '잣대론'을 들어 지금 시점에서는 돈을 받은 것이 잘못이지만 당시에는 전혀 잘못이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검찰은 노씨에 대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차세대 전투기 사업,상용차사업인가 등과 관련, 2백50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35개 기업체로 부터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한 공소사실을 일일이열거해 가며 신문했다.
이에 대해 노씨는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대부분 시인했으나 진로.동부그룹 등3~4개 그룹으로 부터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노씨는 그러나 검찰이 "동부 김준기 회장이 40억원을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 고 재차 묻는 형식을 취하면 "본인이 그렇다면 맞을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노씨는 특히 뇌물성 여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부인으로 일관했다."효성 조석래 회장으로부터 70억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노씨는 "그렇다"고 대답한 뒤 "효성이 당시 세무조사를 우려하고 있었다는데사실이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했다.
노씨는 또 "금호 박성용 회장으로부터 70억원을 직접 받았느냐"는 질문에대해 "그렇다"고 대답한 뒤 "신생항공사로서 대한항공과 경쟁을 하기 위해우선적인 혜택을 달라는청탁이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명시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해 뇌물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노씨는 이밖에 "기업인들에게 단독면담을 먼저 제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기업인들 쪽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가 "기업체 총수들을 불러 당시의 경제상황이나 기업현황을 듣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외곽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하는 등 일관성 없는 진술로 이어졌다.노씨는 또 한보.대우 등을 통해 돈을 실명전환한 뒤 이들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을 파기했다고 밝혀 또 하나의 증거인멸 사실을 털어놨다.노씨는 이와함께 "재임중 공직자 부패사정을 추진하고 특히 재임 종반기에청와대 특명사정반을 가동하기까지 했으면서도 스스로 거액을 불법으로 조성한 소감이 어떠냐"는 검찰의 질문에 "현재의 잣대로는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의 잣대로는 잘못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잣대론'으로 상황을 합리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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