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재벌총수들은 18일 첫공판에서검찰 신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노씨에게 건넨 뇌물의 성격을 '3공때부터 관행화된 통치자금' 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전별금'등 나름대로 뇌물성을부인하는 진술을 했다.그러나 대림 이준용회장은 '돈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찰신문에돈을 전달한 구체적인 경위와 액수, 전후의 사업내용등을 상세히 진술한 뒤"대림을 호의적으로 봐달라는 취지라는데 변명하고 싶지 않으며 깊이 뉘우친다"고 말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서울지법 합의30부(재판장 김영일부장판사)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벌총수들은 그러나 "본인의 기업에 대해 정국운영 과정에서 최소한 불이익이되는 정책이 시행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해뇌물성 자금임을 간접 시인했다.
첫번째 검찰 신문을 받은 삼성 이건희회장은 이날 '노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가 뭐냐'는 검찰신문에 대해 "일반적으로 흔히 통치자금이라고 불리는 돈이었다. 과거부터 해오던 일이라 매우 당연하고 관례적으로 돈을 갖다 준 것"이라며 뇌물성을 강력 부인했다.
두번째 대우 김우중회장은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대통령에게는 통치자금이 필요하고 모든 기업이 이 자금을 제공했으며 유독 대우만 제공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것 같아 연말에 보통 불우이웃돕기 성금등에 사용하시라고 대통령에게 돈을 갖다줬다"고 주장했다.
동아 최원석회장은 "동아그룹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는 포괄적인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특정사업과는 관련없다"며 뇌물성격을 강하게 부인했다.
최회장은 92년 4월 대형 국책사업 시공자 선정과정에서의 선처를 부탁하며20억원을 노씨에게 건넨 사실에 대해 "노씨의 퇴임이 가까운 시점이라 전별금으로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림 이준용회장은 검찰의 기대이상으로 답변한 케이스.
이회장은 "90년3월 노씨에게 20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시 안병화한전사장이 부임해 성의도 표시할 겸해서 이현우씨를 통해 전달했다"고 구체적인 경위까지 술술 답변했다.
이회장은 이어 안전사장과의 대화내용, 구체적인 사업 수주 부탁, 이 사업과 뇌물성을 모두 먼저 진술했으며 "당시 기업인들이 노씨에게 돈을 준 것은솔직히 말해 대통령이 직무상 영향력이 막강하고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뇌물공여 행위"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