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극)-전국무대서 돋보였다

입력 1995-12-15 08:00:00

95년은 대구연극계가 큰 획을 그은 해였다.제14회 전국연극제(10월23일~11월7일·인천)에서 대구극단의 '뜨거운 땅'이 연극제 참가14년만에 처음으로 대상을 비롯, 연출상·희곡상·남자연기상 등 4개부문(5개부문중)을 휩쓸어 향토연극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줬다.대구에서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을 주제로 광복 50주년을 맞아 만든 이 연극은 그동안 분열양상을보여온 대구연극인들이 힘을 모아 일궈낸 쾌거였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평가를 얻었다.

이는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대구시립극단 창단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수차례에 걸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연극인들과 당국의 무성의로 번번이 무산됐던 시립극단 창단이 이를 계기로 구체화되고 있다. 창단 목표는 내년 4월1일. 10명안팎의 상임연기자를 중심으로 우선 닻을 올릴 계획 아래 실무자들의 준비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역연극계의 또다른 숙원이던연극학과의 개설문제도 활발하게 논의되는등 지역연극계의 장기발전을 위한 모색이 잇따랐다.

공연 또한 어느해 못지않게 활기를 띠었다. 한동안 문제시되던 외설시비의극들이 급격히 퇴조하고 희,비극역사극 추리극등 다양한 장르의 극들이 무대를 연중 장식, 지역극과 초청극등 70여편이 무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연극인들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무관심은 여전했다. 지역극단의 공연은 물론 초청공연까지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극들이 흥행엔참패해 불황의 늪이 의외로 깊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이는 그동안의 부실공연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연극인들의 자성의 계기로 이어졌다. 일부 극단의 경우 아예 성인극을 포기한채 흥행이 손쉬운 아동극에만 집착한다든가 지원금이 주어지는 연극제에만 참가하는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여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와중에 연극인들은 그동안 연기자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시도해 오던 극단간의 합동공연 형태에서 벗어나 각 극단의중견연기자들이 연합공연을 통해 양질의 연극을 공급하려는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었다. 자구차원에서 양질의 연극공급을 통한 장기적관객확보를 내걸고 시작된 이같은 움직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창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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