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기업 이미지 소고

입력 1995-12-15 08:00:00

다원화사회, 정보화사회에서의 기업경쟁 상황은 바로 이미지 전쟁이다. 기업이 더이상 숨어들 곳이 없는 때에 경쟁력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한 최후의한판이 벌어지는 전쟁인 것이다.*사활걸린 이미지전쟁

지식및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아서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출현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기술수준의 보편화로 인해 제품차별화가 두드러지지 못하게된다. 뿐만 아니라 구입할 때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완전히 알고난후에 유사한 제품중에 선별해서 구매하는 고객은 드물다. 첨단제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때 구매의사결정에 결정적역할을 하는 것이 메이커에 대한 인지도및호의도로서의 기업이미지이다.

기업이미지는 고객에게 비쳐진기업의 상이다. 이는 기업이 나타내보이고자 하는 특성인 기업아이덴티티가 타인의 눈에 실제로 투영되어 나타난 상인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80년대에 중요한 기업전략으로 부각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에서도 CI(기업이미지 통합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기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비전, 구성원의 행동지침을 시각적 상징물과통합시켜서 기업의 내외부 고객에게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높여나가기 위해서이다. 경영혁신차원에서 이념체계를 재정립하고 로고, 마크등의 시각적 상징물을 재구성시켜서 고객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고자 하는 것이다. 각종 문화행사의 지원, IR(투자자 관리)을 통해 기업의 실상을 알리는 것도 모두 기업의 총체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해 나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조직은 인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이미지 형성에 있어서 가장중요한 매개체는 조직구성원, 특히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이미지이다. 글로벌마인드에 입각하여 업계를 선도하는 전략적 능력과 함께 그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정당화 됨으로써 기업의 내외부 고객에게 신뢰와 호감을 심어주게 되는것이다.

최고경영자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조직의 최정점에서 최종적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업의 얼굴이되기도 한다.

*기업상이 곧 경쟁력

요즈음 각종 광고에 낯익은 탤런트 대신에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얼굴을 나타내면서 기업과 제품에 대해 진솔하게 홍보하는 것을 자주보게 된다.이러한 홍보전략은 예상고객, 즉 핫고객에게 최고경영자가 직접 그회사의 제품에대해 책임있게 권유한다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보여 주는 것이기에 더욱설득력을 가진다. 이것은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이미지가 바로 기업이미지로직결됨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비자금정국의 난기류속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우리 경제계를 대표하는재벌총수들에 대해 국내외적으로이미지가 악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한발 양보해서 국내적으로야 그들 기업인들에게만 돌을 던질수 없는 우리의사회적 풍토를 공유해 온 책임을 분담해야 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본다.그러나 국제경쟁에서 그들의 이미지 실추로 인한 해외사업전략에 차질이생김으로써 감수해야 할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 답답하다.외국유수의 잡지에 인물광고, 기업광고를 실으면서 조금씩일구어 온 기업이미지를 크게 훼손당할 것은 자명하다.

전직 대통령이 두 분이나 감옥에 갇혀있고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들이 불구속이긴하나 기소되어 판결을 기다리는 오늘의 우리사회가 혹시 비리의 복마전으로 비쳐질까봐 두렵다. 국가 이미지가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은 바로 기업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도경영'새장 기대

이번 비자금 사건이 우리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사회적 정당성 회복의 정신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전경련은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고 투명한 경영풍토확립을 위해 범재계차원의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키로 했다니 만시지탄은 있으나 잘 한것으로 생각된다. 모쪼록 일회적인 작심으로 그치지 말고 오늘의 이 참담한 심경을 되새기면서정도경영의 기업이미지를 세우는 새로운 장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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