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디지털 혁명'에 휩싸였다. 필름이란 영화매체는 이제 그 독보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영화는 주로 필름에 담겨 극장에 배포됐으나 이제는 비디오 카세트 형태로 비디오대여점이나 가정으로 직접 파고든다.여기에 CD-롬에 수록된 '비디오CD'나 레이저디스크로 제작돼 컴퓨터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전화회선을 타고 영화가 가정집으로 온라인 서비스되는 '주문형 비디오'(VOD)가 등장했다. 영화 배포 방법에서 일어난 디지털 혁명이다.
이들 디지털혁명은 할리우드의 돈방석을 한층 부풀려주는 꿈같은 일들이다. 그러나 그뒷면에는 할리우드의 고민을 한층 깊게 하는 '디지털 부작용'이 있다. 바로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영화의 불법복제다.
"영화 해적행위를 하는 미국내 집단들이 매우 조직화되고 정교한 기술을갖추고 있어 영화산업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7개 메이저 영화사 가운데 하나인 워너브러더스사의 닐스 먼탠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최근 뉴욕주에서 워너브러더스의 고유 캐릭터인 '벅스버니' '수퍼맨' 등 이미지를 디지털화해서 홍콩·대만 등지에 그 디지털데이터를 불법판매해온 일당을 체포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다. 지금까지 영화사들이 필름의 불법복제 방지에 힘을 써왔다면 이제는 그 감시대상이 디지털화된캐릭터이미지로까지 발전했다는 말이다.
할리우드의 위기는 비단 할리우드에 그치지 않는다.미국이 21세기의 모든것을 걸고 있는 '국가정보기간망'(NII)도 이와 똑같은 위기를 맞고 있다.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NII는 클린턴대통령이 지난 92년 대선 때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국가기간산업. 미국 전체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그물처럼 엮어정보화시대인 21세기에 새로운 산업과 이에따른 수많은 직업을 창출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문제는 '기가바이트'라는 엄청난 속도의 정보전달 능력을 갖춘 이 초고속통신망이 멀티미디어화된 소설, 사진·영상물의 전자데이터등 새로운 정보서비스의 신속한 전달은 물론 매우 손쉽고 빠른 속도로 이들 저작물의 엄청난양을 불법 배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행정부는 NII사업추진을 위한 '백악관국가정보기간망 태스크포스'(IITF)안에 NII에서의 불법복제 방지 방안을 전담 연구하는 워킹그룹을 만들었다. 'IITF 지적재산권 워킹그룹'이란 이름의 이 실무팀의 팀장인 브루스레먼 상무부차관은 "보다 강력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 법률이 저작권 침해사범을 민사사건으로 다뤘던 것을 형사적 처벌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는 레먼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저작권법이 이미 입법화됐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과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은 지난 9월 '국가정보고속도로 보호법안'을 공동발의, 의회에서 통과된 뒤 11월초 클린턴 대통령의서명까지 끝난 것. 미국은 이미 초고속정보고속도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완비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이 수준보다 한층 앞서나가고 있다. 현재 법률구조는 컴퓨터 시대를 맞아 저작권법을 일부 개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멀잖아 특허법을 비롯, 지적재산권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에 의한 정보상품의 종류와 그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가히 상상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컴퓨터 네트워크업체인 '선 마이크로 시스팀스'는 매체 종류에따른 정보전달 방법의 벽을 허무는 동시에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보호벽을쌓는 두가지 모순된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회사는 개발된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특허권을 갖지만일부 기술에 대해 누구든지 접근,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방해놓는 '특허권 일부 개방'이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컴퓨터시대가 아니고는 상상하기 힘든 특허의 개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컴퓨터 시대의 대혁명을 법제도안에 수용하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미 그보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LA·워싱턴 공훈의특파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민주 "김민석 흠집내기 도 넘었다…인사청문회법 개정 추진"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