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평화 정착에 노력을

입력 1995-12-13 00:00:00

80년대 중반부터 폭발세를 보이던 노사분규가 올해들어 크게 감소, 전국적으로는 두자리수, 대구·경북지역은 한자리수로 나타났다. 노동부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노사분규 건수는 87건에 그쳤다. 이는노사분규가 극심했던 지난 87년의 3천7백49건에 비하면 43분의1로 줄었으며지난해 1백21건에 비해 3분의2 수준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경우도 영남대의료원 강원산업등 9건에 불과해 91년 25건, 92년 12건, 93년 14건, 94년12건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사업장의 이같은 노사분규감소추세는 노사화합과 생산현장의 경쟁력향상이란 측면에서 무척 다행스런 현상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87년이후 대형산업현장의 계속된 파업으로 경제에 끼친 악영향이 얼마나 컸으며, 노사간의 갈등과 국민들의 불안 또한 얼마나 심각했는가. 지난날의 이같은 소요가 교훈이되어 노사화합의 단계로접어들었다고 생각하면 우리도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설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만성적 노사분규를 겪었던 대기업을 포함한 생산현장에서 노사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 시작한것은지난해부터라 하겠다. 현대자동차를 비롯 동국제강한보철강 금성사 대우전자 대우통신등이 노사분규를 피하기 위해 임금협상을미루거나 산업평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등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기시작했다. 이와함께 근로자들의 의식이 소득수준향상등 객관적상황의 변화로성숙했으며 기업주들도 노동조합의 존재를 인정하며 신인사제도-임금체계개선등으로 세련된 대응을 해온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우리노동계도 종래의정치주의에서 탈피해 근로조건개선 복지향상등 노조활동의 목표를 경제주의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기업에서 노사화합과 산업평화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어렵다. 올 연초에 있었던 한국통신의 분규사태와 역내 영남대의료원의 장기파업은 노사분규의 잠재적요인도많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영남대의료원의 경우 병노련의 주도로 병원측이 해결할 수없는 사회개혁을 내걸어 파업에 들어 감으로써 결국 공권력투입이라는 최악의사태를 초래한 후 해결됐다. 이로인해 병원측의 막대한 손실과 근로자들의 희생도 그만큼 컸었다.민노총의 출범과 함께 노동계의 사회개혁투쟁도 거세질 것이고 전직대통령의 비자금파문, 총선등이 겹쳐 내년 노동현장의 불안요인도 많다. 올해경우민노총의 전신인 민노준이 지방자치선거와 연계, 재야세력과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으나 근로자들의 의식변화로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정부나 기업주가 내년에도 안심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이럴때일수록 정부는 법외단체이긴하지만 민노총의 사회개혁요구에 귀를 기울여 개혁가능한 정책은 바꾸고 기업주들도 노동현장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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