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놀란한해-대구 가스폭발 참사

입력 1995-12-13 00:00:00

1백1명이 사망하는등 모두 3백3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상인동가스폭발사고는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부른 대형참사였다.대구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낸 이 사고는 지난 4월28일 천공기굴착작업중 파손된 도시가스관을 통해 누출된 가스가 인근 영남고 네거리 지하철공사장으로 유입돼 발생했다.사고의 원인이 된 굴착작업을 맡은 표준건설은 가스유출사실을 사고발생30분뒤에야 (주)대구도시가스에만 알리고 일체의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달아났고 대구도시가스도 신고접수 30여분뒤에야 사고현장으로 통하는 가스관밸브를 차단, 사고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또 도로굴착작업시 48시간전에 관계기관에 연락을 취하는등 안전에 만전을기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소방도로를 3m나 침범, 도로를 파헤치면서도 사전에달서구청이나 도시가스회사에 연락조차 취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게다가 가스폭발 45분전부터 참사발생때까지의 가스누출기록이 인근 통제소에서 발견됐으나 가스회사측에서 이에 대한 위험경보장치연락망을 갖추지않아 참사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더해줬다.

한편 검.경합동수사에서도 △가스 지하철 공사장 유입경로 △누출시간 △폭발 점화원 불명확 △공무원묵인 △공사업체 과실 등 각종 의혹이 해명되지않은 채 조기종결돼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사고는 2백80㎏이나 되는 지하철 공사장의 복공판 2천여개가 최고50m나 공중으로 치솟는가 하면 곳곳에서 불기둥과 화염이 치솟아 지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이날 사고는 오전 7시52분에 발생, 출근중인 이종수교사와 등교생 42명등 모두 43명의 영남중 교사와 학생이 숨져 영남중이 최대의 희생자로 부각됐다.

어른들의 무지와 잘못으로 숨진 어린 영령들에 대한 애통과 반성이 들끓었다.

그러나 이날 참사에는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 목숨을 내건 채 구조활동을펼친 대구시민들이 있었다. 인근 아파트 부녀회원들은 밤을 새워 도시락을나르며 구조대원들을 도왔다. 또 많은 시민들이 부상자를 위해 줄을 지어 헌혈에 동참하는등 눈물겨운 성원을 보냈다.

검.경합동수사결과 공사를 맡은 표준개발 배정길씨(54)와 천공기사 오규명씨(35) 대백종합건설관계자 9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등 혐의로 구속기소돼지난 10월30일 1심에서 징역2~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관련공무원이 1명도 구속되지 않은 것은 물론 경징계에 그쳐 감독기관인 대구시와 달서구청에 대한 시민비난이 잇따랐다.

한편 피해자보상은 사망자 1인당 평균 법적 보상금 1억4천5백만원과 특별위로금 1억2천만원등 1백1명 사망자유족에게 모두 3백24억2백만원이 지급됐고 부상자 2백2명에게 총 1백54억6천9백만원의 보상금이 책정됐다.또 사고로 전파 또는 반파된 건축물 3백46동과 자동차 1백50대에 대한 보상금이 각각 38억5천1백만원과 5억8백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중인 중상자 5명은 여태껏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있고 물적피해자 역시 실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관련업체를 상대로 법원에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사고후유증이 계속되고있다.

또 사고현장의 지하철1호선 1~2공구중 82m의 재시공으로 1호선의 완공시기도 1년가량 늦어져 대구시민 전부가 이 사고의 피해자가 된셈이다.유가족중 신갑식씨(49)는 숨진 아들 동협군이 생전에 연습장에 그려놓은만화를 유작품으로 내놓기도 했으며, 또 일부 유가족들은 '부실공사추방'을내걸고 건설사를 설립, 자녀를 잃은 슬픔을 달래고있다.

〈유승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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