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렁한 이웃돕기

입력 1995-12-11 00:00:00

올해의 마지막인 12월도 중순을 향하고 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과함께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해 연말분위기를 심감케하고 불우이웃에 온정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의지할데 없어 양로원과 보육원등 사회복지시설에 몸을 의탁한 불우한 사람들은 사회의 관심과 온정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때보다 훨씬 설렁한 연말을 맞고있다.전직대통령의 잇단구속과 함께 엄청난 비자금파문에 모두들 움츠러 들었는데다 강원도 원주시 소쩍새마을의 후원금횡령사건, 경기불황 등이 겹쳐 불우시설을 찾는이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매년 계속돼왔지만 올해는 더욱 심각해 불우시설 수용자들의 겨울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우리사회가 어쩌다가 인정이 메말라지고 이웃도 돌볼줄 모르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는지 한심한 마음마저 든다. 옛날을 얘기하기보다 수십년전만 하더라도 우리사회가 이렇게각박하지는 않았다. 부락단위의 농촌지역은 한부락주민중에 불행을 당하면 모두들 이를 찾아 위문하고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돕기도 했다. 한 가정에 경사가 생기면 모두들 함께 즐거워하기도 했다.오랫동안 아들이 없어 고심하던 한 가정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과 함께대문앞에 금기줄이 걸리자 동네노인들이 대문앞에 모여들어 축하하는 광경도목격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흐뭇한 광경도 보기 어려워졌으며 되레 이웃을 헐뜯는 풍조까지 생겨 이웃에 대한 불신감까지 생겨나고 있다. 세상인심이란 항상 변해가지만 변화과정은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정신부족과 정부의 사회복지정책 빈약에 원인이 있다고 보겠다.

전직대통령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끌어 모으고 재벌기업들이 정치권력에줄을 대기위해 수백억원을 갖다 바치는 풍토속에모두들 이웃을 위해 일을하려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더구나 정부의 사회복지예산이 불우시설의 겨울철 난방비를 절반도 대주지 못할 정도가 돼서야 사회복지를 지향한다고 하겠는가.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정치비용을 지불하기보다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기업인들은 기업이익을 정치권력에 대기보다 사회 어두운계층을 위해 쓴다면 민심이 이렇게 각박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말을 맞아 매서운 추위속에 불우시설수용자들이 당장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정부의 지원부족속에 외부인의 도움마저 끊겨 추위와 허기를 견뎌야 하고 외부의 흥청망청 분위기와 동떨어진 소외감마저 엄습하고 있다. 사회에는이들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보이지 않는 인심도 있다. 기업인이나 사회지도층나아가 온국민들도 과거의 그릇된 사고에서 벗어나 소수의 자선가에게 뛰어들어 동참하면서 이웃을 돌보는 기풍을 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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