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계 부패스캔들-검은동 단죄 지구촌 흔들어

입력 1995-12-11 00:00:00

┗권력과 부패, 검은 돈과 스캔들. 외신의 단골 단어들이다.그러나 올해 만큼 이들이 가깝게 느껴지던 해도 드물었다. 한국이 노, 전전대통령의 비리사건으로 세계적인 스캔들의 '생산국'에 오르면서 어느때 보다 세계 부패 권력자에 관심이 모였던 것이다.세계적으로 올 한해는 권력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온 한해였다. 이탈리아 7선 총리가 법정에 세워지고 비리 의혹을 받던 전멕시코 대통령이 망명하는가 하면 나토의 사무총장이 뇌물 스캔들로 사임했다. 중국에서는 왕보삼 북경 부시장의 자살에 이어 고위 관리 비리가 파란을 일으켰으며프랑스에서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알랭 쥐페총리가 아파트 전세 특혜시비로 기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줄리오 안드레오티(76) 전이탈리아 총리의 마피아스캔들. 지난 72년 이후 20여년간 7차례나 총리를 지내며 이탈리아를 주물러 온 그가 마피아 비호 및 불법 정치자금 조성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것이다.

지난 9월 첫 공판이 시작되면서 '세기의 재판'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안드레오티에 대한 심리는 형선고까지 앞으로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20년 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여 여생을 감옥에서 마쳐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안드레오티 외에 베티노 크락시(61)와 아르날도 포를라니(70), 실비오 베를루스코니(58)등 3명의 전직 이탈리아 총리가 수뢰혐의로 단죄를 받아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 사정 의지를 세계에 다시한번 확인 시켜주었다.카를로스 살리나스 전멕시코 대통령의 미국 망명은 그가 세계무역기구(WTO) 초대 사무총장에 유력했기에 더욱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그는 친형인 라울 살리나스의 마약밀매와 대통령후보 암살사건에 직, 간접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자 지난 3월 11일 부인과 3자녀를 데리고도망치듯 미국으로 망명했다. 지난 11월 그의 형수가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서 가명으로 예금을 인출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터지면서 끝날 듯 하던 사건이 더욱 불거져 그의 운명도 나락을 예고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마약조직 칼리 카르텔의 대선자금 지원의혹이 일던 에르네스토 삼페르 콜롬비아대통령이 6백만달러(46억원)의 대선자금을 지원받은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직 중도하차 위기를 맞고있다.

지난 10월에는 벨기에 헬기 구매와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오던 빌리클라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사임압력을 받고 사표를 제출,나토 사무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불명예 퇴진하는 오명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브라이언 멀로니 전캐나다 총리가 지난 88년 에어캐나다의 항공기 도입때1천5백만달러의 커미션을 챙겼다는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이밖에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베네수엘라대통령(72)과 알베르토 다익 에콰도르 부통령이 공금횡령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는등 세계의 부패 권력자에게 올 한해는 '재앙의 해'였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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