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혼란한 지역민의 심정

입력 1995-12-08 08:00:00

대형참사와 지방선거등으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세모에 들어섰건만 두 전직대통령의 구속으로 이어진 비자금과 5·18 정국으로 지역민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구속되기 직전 전두환씨의 대국민성명을지켜보면서 후안무치한 망발로 보는 견해와 함께속시원하게 할 말 했다고보는 견해도 병존하고 있는 실정이다.*역사규명의 전환점

전두환씨 구속 직후 5·18특별법 제정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역민들의 반응을 보면 찬성 65%에 반대 16%로 압도적인 지지를 표하고 있음에도동정론이나 정부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젊고 학력이높으며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한다. 결국 다수 주민들의 생각보다는 소수의 기득권층의 이해에 주목하는 것이 TK정서라는 유령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다 지나간 일들을 왜 자꾸만 들추어서 정국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마저 어렵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일들은 먼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까지 연결되어 있는 일들이며 아직도 제대로 진상규명이나 법의 심판이 내려지지 않고 있고 법적 시효도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는 점이 다르다. 더구나 과거처럼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시대가 아니라 정의를 세움으로써 왜곡되어 온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을수 있는 중요한 시대적 전환점에우리가 서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정치에는 원칙이 있어야 하며 국민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하지 못할때 정국불안이 야기되며, 경기침체도 그러한 과정에서 수반된다. 하지만아직도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쩔 수 없이 고수들끼리의 게임이며, 일반국민들은 관객의 위치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느때보다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혼란의 와중에서 인정이나 작은 의리에 얽매여서 끼여들어 현시점이 갖는 중요한 역사적 대의를 흐리게 함으로써 또다른 불행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이 시기를 잘못된 정치행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과거치유'위한 진통

현시국은 과거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오늘의 불행이라 할 수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민주주의의 단죄대상이 된 것은 민주화의 과정에서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절차나 방법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자칫 국론분열과 지역감정을 부채질하여 또다른 상처를 남길까 심히 우려된다.

이런 중요한 때에 지역의 정치적 여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세력들이결국 과거의 정통성 없는 권력에 기생하였던 사람들이기에 바른 여론을 조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불법적인 권력찬탈과 부정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사죄는커녕 여전히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무리들과 그들에 영합하려는수구적인 분위기는 지역과 국가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들 몇몇의 왜곡된 판단이 중앙정치의 장에서도 지역주민의 진정한 여론을 잘못 인식하게 하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간 3대에 걸쳐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이라는데서 소박한 자부심을 느끼는것도 당연하다 하겠지만, 군사쿠데타와 양민학살을 통해 권력을 찬탈하였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전의 감정이다양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사건은 지역민 모두의 자존심과 애향심에 상처가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참모습으로 새로이 태어나기 위한 진통에 불과하다.

*불명예 굴레 벗어나야

냉철한 판단에 의해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걸맞게 지역민들의 정서도 변화하여야 할 것이며 이제 TK정서라는 불명예의 굴레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더구나 내일을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인 피해를 입지않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아울러 그것은 인위적인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자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