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세풍'-그릇된 돈 애착의 종말

입력 1995-12-07 08:00:00

*'돈병든 풍토'의 만연돈은 항상 악마와 동행한다. 옳게 벌어 정당하게 쓸때는 악마가 멀리하고부정하게 벌어 부정하게 쓸때는 악마가 해코지를 한다. 성경도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했으며 '백경'의 저자 멜빌도 "돈이란 지상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돈자체가 반드시 악하고 흉한 것은아니다. '돈에 대한 그릇된 애착' 그것이 바로 악의 근원이다. 의롭지 못한돈, 더러운 돈 할 것 없이 돈이라면 억척을 떨고 사족을 못쓰는 '돈병 든 사람'에게는 악과 흉을 부르는 것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모아 영어의 몸이 된 전직 대통령이나 부정 불법행위로 처단된 많은 공직자, 악덕 기업인등도 돈에 대한 그릇된 애착에서 화를 자초한 것이다.

우리 주변엔 언제부터인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면 그만이라는 식의'돈병든 사람'이 득실댄다. 고위공직자에서부터 상당수 국민에 이르기까지인정과 정직과 믿음을 팽개친채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노전대통령의지난 10월28일 '대국민사과문'에서도 "통치자금은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우리 정치의 오랜 관행이었으며…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서 불가피한 면…"이라고 밝혀 부정한 돈이라도 모아야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풍토를 개탄하면서 자기 변명을 했다. 따지고보면 성수대교 참사나 삼풍참사, 대구지하철참사, 외국근로자 학대, 세금도둑사건등이 '무조건 돈을 모아야 한다'는풍토속에 '돈병든 사람'이 저지른 재앙이었다.

*엄청난 재앙의 화근

국제적인 망신과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계기로 우리도 '돈병' 풍토와 '돈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청빈하고의롭고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러러보는 풍토를 정착시켜야겠다. 우리사회는 청빈하고 정직한 사람은 등신처럼 취급하는 나쁜풍토가 조성돼왔다. 무능하고 사회를 잘 모르는 것처럼 비하하면서대수롭잖게 취급했다. 청빈한 공무원은 퇴직후에도 불우하게 살아가고 부정한 공무원은 퇴직후에도 호화롭게 사는 그릇된 풍토가 생겨났다. 정부의 최고위층에서부터 이러한 사고가 있었기에 국민들도 마찬가지일수밖에 없다고얘기할수도 있으나 불의가 정의를 누르는 그릇된 풍토에서 비롯됐다. 이제는사회정의가 불의를 누르는 사회로 가야한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기에 인연따라 나에게로 왔다가 인연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병에 걸려 인연도 없는 돈을 잡으려면무리가 따르고 결국에는악마와 동행한 돈때문에 부귀영화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것은 세상이치다. 죽을때는 부귀영화도 팽개친재빈손으로 가는것이다. 모두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잠시 잊고있을뿐이다. 부정하게 모은돈이 악의 씨앗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불의' 누르는 사회로

이제 우리는 잠시 잊어버린 '부정한돈의 엄청난 화근'을 보면서 옳게 벌어정당하게 쓰는 도를 깨우쳐야 한다. 우리주위에는 인정과 믿음이 가득하고스스로 진실을 체험하고 살아가는 사람, 부정한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월급에만 의존하는 청렴한 공직자, 근로자를 아끼고 사랑하며 근면하게 살아가는 기업인, 불우한 사람을 돕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모두 이들의 대열에 뛰어들어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돈병' 풍토도 사라지고 '돈에 병든 사람'들도 없어질 것이다.

'정의사회'와 '보통사람들'을 외치던 최고권력자들의 몰락을 보면서 정당하지 못한 돈과 권력이 결국은 인간을 얼마나 허망하게 말살하는가를, 국민들에게 얼마나 허탈감과비애감을 갖게하는가를 일깨워준다.〈장원익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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