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노태우전대통령을기소했다. 초법적인 지위를 누려온 전직대통령을 기소해 법정에 세우게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검찰로선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상징성에 비해 너무나 알맹이가 없는데 대해 실망이 큰것을 또한 감출수 없다. 검찰이 기소하면서 발표한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보고 느낀것은 '저 것이 아닌데…'라는게 지배적인 반응이었다.검찰이 노씨를 구속하고 내로라하는 재벌총수들을 줄줄이 소환하는등 노씨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예상밖의 단호함을 보이자 그동안 국민들은 전폭적인성원을 검찰에 보내며 수사결과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런데 어제 검찰이발표한 수사결과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노씨 비자금중 92년 대선자금유입등 사용처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않았고 돈을 준 재벌총수들에 대한처분도 들쭉날쭉하는등 이해할수 없는 대목이 너무 많았다.검찰은 노씨를 기소한뒤에도 정치자금유입여부등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얘기는 했지만 그동안 47일간 많은 사람들을 불러다가 조사한 결과치고는 허무한 것이 아닐수 없다. 검찰은 노씨가 입을 열지않아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처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밝힐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검찰은 노씨의 진술확인만 했다는 결과밖에 안된다.
특히 5·6공 정권은 물론 현정권에서까지 정치자금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원조씨를 이번에도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않고 간단한 혐의만 확인하고 불구속입건한 것은 많은 의혹을 낳게했다. 이씨문제는노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때 법원에서 혐의사실을 흘려 검찰이 거세게 항의할 만큼 이씨에 대한 검찰의 각별한 조치는 더욱 의심을 사게하고 있다.또 재벌총수들에 대한사법처리기준도 무엇인지 알수없다는 것이다. 경제를 생각해서 관대한 처분을 한 것은 이해한다하더라도 구속, 불구속, 불입건등 3단계로 나누어진 처벌기준에객관적인 잣대는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번 기업인들의 사법처리는 형평성있는 법집행이 외면됐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다. 이밖에도 국책사업과 관련된 비리등 수사미진은 적지않게남아있다.
어제 수사발표의 서두에 검찰은 '전직대통령의 부정축재라는 전대미문의사건을 맞아 검찰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호히 척결한다는 의지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결과는 돈을 준 기업인들은 들쭉날쭉하게 처벌하고 돈을 받아쓴 정치권에 대해선 노씨를 구속기소했다는 상징성을 제외하곤 캐낸 것이 없다. 구각을 벗고 새로운 의지로 전직대통령을 단죄하는 것같던 검찰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같은 수사결과를 내놓아 실망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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