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주말이었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스도 풀겸 1박2일간 야유회를 다녀온 남편은 삶에 대한 재충전을 해오겠다는 말과는 달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뭔가 불길한 예감에 여행중 무슨 일이있었느냐고 물었지만 별일 없다며피로한 기색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남편은 조심스런 말투로 직장동료가 돈이 필요하다는데 백만원만 빌려주자고했다. 평소 빠듯한 공무원생활로 여유돈을쌓아두고 사는 처지가 아닌터라 빌려줄 돈의 용도를 물었다. 남편은 묵묵부답인채 이달치 생활비 중 50만원이라도 빌려주자고 했다.
10만원권 수표 다섯장을 건네주면서도 내마음은 여전히 개운치 않았다. 그날 온종일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결국 남편이 외출중인 틈을타 직장동료에게 남편주변에 무슨 사고라도 났는지 물었다. 아닌게아니라 야유회에서 돌아오던중 동료가 교통사고를 냈고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혹시라도 내가 괜한 걱정을 할까봐 얼버무렸던 모양이다.얼마전 건강이 좋지않아 얼굴이 부석부석 부어있는 내게 가까운 이웃이 대추와 누런호박을 넣어 정성껏 달인 호박소주를 갖고 왔다. 하루빨리 완쾌하라는 그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나약해진 나자신을 추스릴 수 있는 큰 위안이 됐다. 이웃간에 서로나누는 정이야말로 우리삶의 소중한 활력소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됐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1066 대백맨션 101동 2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