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해예산 심의는 불성실

입력 1995-12-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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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예산이 날치기 등과 같은 파행없이 원만하게 통과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새해예산안이 이처럼 무리없이 통과되기는 3년만에 처음이다. 92년도에는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93·94년에는 연속으로 날치기파동을 겪으면서통과되었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이 무리없이 법정시한내 통과된 것은 좋으나그 심의가 성실하지 못하고 또 내년총선을 의식하여 여야모두 선심용에 신경을 썼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가령 국민의 조세부담률문제만 해도 그렇다. 93년도만 해도 18·9%이던 것이 내년이면 21·2%로 높아진다. 게다가 조세부담의 증가분이 대부분 직접세보다 간접세로 이뤄진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시켜 버렸다.

또한 내년예산 62조9천억원이 팽창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내년 예산증가율이 14·9%로 올해의 15·1%보다도 낮아 팽창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특별회계까지 넣은 것이고 통상 팽창이냐 아니냐의 기준이 되는 일반회계만으로 보면 16%의 증가로 올해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정부안에서겨우 4백10억원 삭감에 그치고 있다. 물론국회삭감액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따질것은 따져 선심성 예산이나 낭비성 지출은 줄이고 또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야당은 당초 4천억~7천억원의 삭감을 주장했다.그 삭감의 근거가 어떠했길래 겨우 4백억수준의 삭감으로 그친 결과에 표결 반대로만 끝났는가. 특히 정부 스스로 당초에는 없애려 했다가 넣은 관변단체예산마저도 거의 정부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바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따기에 급급한 나머지 '쓸데없는' 타협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정부의 내년 총선용 선심을 허용해주는 대신 자신의 지역구 실속을 차리겠다는속셈일 것이다.

게다가 국회심의 과정에서 국회직원 해외 훈련비와 의원사무실 TV및 VCR설치비가 신설되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마지막 국회가 남긴 선심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회간접자본 부문에서 충청권과 호남권을 의식한 흔적이 많은 가운데 대구·여수공항 건설에도 각 50억원 증액되었다.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신용보증기금 2백억원도 출연하게 하고 있다. 현 우리경제의 위기는 중소기업으로부터 오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는 안된다. 그나마 운영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게다가 내년의 경기하강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다만 경기하강이 연착륙할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일뿐이다.이 부분에 대한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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