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제9장 죽은자와 산자

입력 1995-12-02 08:00:00

라디오가 시간 알림 신호인 딩댕동 소리를 낸다."여섯시 저녁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의혹이 쏠린 4천억 비자금 파문이 일단 진정 기미를 보입니다. 현 정부의 실세 서석재전 장관의 폭탄성 발언에 노 전 대통령, 그런 돈의 임자를 알고 싶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법정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하자, 여야는 이 문제를 더 거론하지 않겠다며 자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여야 공히 뜬구름 잡기식의미확인 풍문이 확대된다면 손익계산에서 별 이득이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보입니다. 다음, 종성시 조직폭력배 집단 난투극 살인사건 속보입니다. 이번사건을 수사중인 종성경찰서는 이 사건이 조직폭력배 간의 세력 확장에 따른패싸움이 아니라, 지난 8월 구 강변파를 타도하고 종성시 지하조직을 평정한최상무파 조직 내부의 갈등으로 빚어진 사건이란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공기총이 아니라 권총까지 등장한 폭력배의 패싸움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선에까지 도달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난투극에사용된 권총은 러시아제로 밝혀졌는데, 러시아 선원이 부산에 상륙하여 밀매한 무기로 부산암거래상을 통해 조직폭력배에게 유통된 권총으로 파악되고있습니다. 피습 사망한 최상무파중간 보스 구상춘씨는 밤 11시42분 황금호텔 지하 업소 단란주점에서 그 부하들과함께 나오다 반대파로부터 기습을받고 병원으로 이송중에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살인범으로 지목되는 구 강변파의 중간 보스 김복태의 연고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꼬마란 별명의 김복태는 구 강변파의 중간 보스로 그동안 강변 시민공원 등에서 자릿세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해왔습니다"

"어느 시대인데 텔레비전조차없다니. 텔레비전이 있담 꼬마 몽타주라도나올텐데"

짱구가 투덜거린다.

"곧 중고품 한 대가 들어올거에요. 하우스 빌려준 집사님이 갖다준댔어요. 여기 사람들이야말로 텔레비전 보는게 유일한 낙인데…" 경주씨가 대답한다. 경주씨가 방안의 장애자들을 둘러보더니 손뼉을 친다. "자,이제 저녁 식사시간이에요. 모두 나와서 손 씻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해야죠"경주씨가 형광등을 켠다. 어둑신한 방안이 환해진다. 나는 목을 옴츠리고방안을 둘러본다. 방가운데 안전철망을 친 난로가 있다. 난로에 얹힌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난다. 경주씨의 말에 장애아들이 뒤뚱거리며 일어선다. 대체로 뇌성마비 아이들이다.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삐딱하게 틀고,뒤틀린 손발을 흔든다. 침을 흘리는 아이가 있다. 누운채 일어나지 못하는아이도 있다. 아이들이 예닐곱, 어른이 둘이다. 어른 둘도 어기적거리며 마당으로 나선다. 경주씨도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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