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오락가락 전말

입력 1995-12-01 23:13:00

여권은 30일 개헌문제를 둘러싸고 조변석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와민자당지도부조차 개헌추진방침을 거의 굳힌 것처럼 말하다가 몇시간도 안돼신중론으로 기우는등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개헌의 첫 진원지는 29일 밤의 한 여권 고위관계자. 그는 5·18특별법제정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의지를 전하면서 "김대통령은 과거의 헌정질서파괴행위를 사법적으로 단죄하는데 필요한 소급입법을 위해 헌법을 개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여권고위관계자'란 이원종청와대정무수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에서는 30일 아침 강삼재사무총장이 첫운을 뗐다. 그는 자택에서기자들과 만나 "특별법제정과정에 위헌시비가 제기되고 개헌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헌법개정을 추진할수있다"고 헌법개정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5·18특법법제정기초위원회의 간사인 박헌기의원 또한 개헌불가피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 3인은 29일 청와대의 한승수비서실장, 김영수민정수석과당측 현경대특별법제정기초위원장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의참석자들이었다. 따라서 자연 이날회의의 결론처럼 이해됐다.강총장이 입을 열던 시각과 거의 비슷한 때 김윤환대표는 "야당이 반대할것이 분명한데 개헌할수있겠느냐"며 "위헌소지를 피하면서 만들면 될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조심스럽게 개진, 여권의 혼선을 예고하는듯 했다.이런 분위기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를 거치면서 조금씩 누그러졌다. 개헌국면으로돌입할 경우 여권이 직면하게될 정치적 긴장과 그결과에 대한 부담이 지도부의 뇌리속에 파고들고 있음이 분명했다. 당장 야당이 정치적의도에 주목하며 부정적반응을 보인 시점이었다.손학규대변인은 회의를 마친뒤"개헌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특별법기초위에서 검토하게될것"이라며 "기초위에서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 그때가서 검토할것"이라고 슬그머니 발을 뺐다. 단연 관심은 고위당직자회의에이어 열린 기초위회의에모아졌으나 개헌론은 점차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었다. 현위원장은 회의를 마친뒤 "위헌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는 특별법을 만들기위해 고민하고있다"고 밝혀 사실상 개헌불가입장을 밝혔다. 강총장도 같은시간 국회에서의 의원총회후 "특별법제정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않는다면뭐하러 개헌을 하느냐"고 반문,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의총도중 청와대측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직후였다. 청와대의 한실장도 이날 오후"현재로서는 개헌을 할 필요없이 특별법만 만들어도 된다는것이 민자당 율사들의 다수의견"이라고 일단개헌추진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당정간개헌정국의 불만 질러 놓은채'원위치'로 돌아간 것이다.

이같은 여권의 혼선을지켜본 야3당은 "여권이 국면전환을 위해 개헌문제를 꺼냈다가 여의치않자거둬들인 것은 국정운영능력의 한계를 드러낸것"이라고 일제히 비난하면서 그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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