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말씀이 별로 틀린게 없다. 지난번 전두환씨가 백담사로 갈땐 '심은대로 거두리라'란 구절이 "그래, 정말이야"란 박자에 맞춰 머리속을 뱅뱅 돌았었다. 그런데 이번 노태우씨가 서울구치소로 들어갈땐 전혀 엉뚱한 '욕심이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잉태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말씀이 다 끝난 영화의마지막 자막처럼 한자 한자 타이핑되었다가 지워지곤 했었다.*청산안되는 '3김시대'사람들은 어떤 사건을 당하거나 접할때마다 권선징악 내지 인과응보론으로그것에 답을 구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그 사건이 전개될 파장을두려워 하면서도 다른 한면으론 그것을 재미있게 즐기기도 한다. 또 나아가서 그 사건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함축하여 희화로 풀거나 고사성어 한마디로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전직대통령 부정축재사건이 '대선자금 의혹'이란 위험수위를 넘나들더니끝내 '5·18특별법 제정'이란 초강수를 불러내고 말았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앞으로 벌어질 정국은 그야말로 '이전투구'의 양상 그대로일 것이다.이 진흙밭 개싸움은 국민들이 신물을 느낄 정도로 오래 계속하는 것이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충격과 혐오가 크면 클수록, 물고 물리는 혈투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정치권의 부패구조와 연결고리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부패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범국민적 자각이 일뿐 아니라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이른바 '3김시대'가 청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보는 혜안도 필요
요즘 전전대통령이 공부하고 있다는 논어에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그 잘못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군자지과야 여일월지식언 과야개견지)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높은 사람들은 나무에 올라앉은 원숭이처럼 우쭐거리기만 했지 자신의 항문은 감추지 못한다. 자신을 갈무리하지못한채 높이 오르기만 하면 노태우씨처럼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금강경에는 육안·천안·혜안·법안·불안을 오안이라고 했다. 육안이란돈과 색이 보이는 욕심의 눈이지만 세상은 천안정도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역사를 보는데는 혜안이 필요하며 그 위의 경지가 법안과 불안이다. 전두환·노태우전직대통령처럼 육안으로 판단하여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 결과는 반드시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해선 충언과 직언이 필요한 법이지만 우리의 대통령제는 삼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힘이 너무 막강하여 현신을 배출하지 못한다. 명신이 없으니 명군이 없다. 그것은 악순환처럼반복된다.
*대통령도 투명해야
'군자의 잘못'은 임기가 끝난 전직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임기가 끝나는 김영삼대통령에게도 물론 적용되는 사항이다. 김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12·12나 5·18사태를 두고 '처벌할 수 없음'과 '공소권 없음'등으로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오다 '법제정후 처벌'이란 강경노선으로 돌변한데는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항간에는 특별법제정을 두고대선자금의 진로변경용이라거나 비자금정국의 국면전환용 내지 떨어진 인기의 만회용등 온갖 추측과 설이 무성하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91·8%가 '특별법 제정은 필요하다'는 대답이고 보면 김대통령의 정치궤적이나행동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과거청산작업에 힘을 모아 줘야 한다는 견해가지배적이다.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은 김대통령자신도 국민앞에 투명해야 하며 뭔가 속이 구리거나 찜찜한 구석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하며 공소시효의판단도 만인이 수긍할 수있는 선에서 마무리지어야 한다.법의 제정과 적용 그리고 집행은 대통령의지시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법치국가의 기본 틀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진흙밭 개싸움판에서도 일정한 룰과 페어 플레이정신은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구활·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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