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제도가 바뀌었다

입력 1995-11-29 08:00:00

지난 22일 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출제위원장은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많은 독서를 통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진학담당교사들도 이번 시험은 단순 암기보다는사고력을,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보는 눈을 측정하려는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한다. 이는 국민학교에서부터 교육이 교실 중심, 교과서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독서와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왜냐하면 독서의 능력이나 사고력은 단시일 내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문제는 지금의 교육이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몇년 뒤의 입시경향을 믿을수 없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타성에 젖어 전과 같이 교육하고 있는걸까. 학부모들의 막무가내적인 학력 향상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서일까. 제도도 바뀌었고 그에따라 시험문제의 경향도 바뀌었지만 가정연락부에는 교과의 숙제만 가득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학교에 꽁꽁 묶어두고 그것도모자라 주말에도 등교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그래서 학과공부만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야만 공부하는 것 같고 말썽을 부리게 될여유도 없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많이 낮아질 것이란다. 단선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문제의 수준과 방향이 조금만 변해도수험생들은 이렇게 쉽게흔들린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성적만 닦달하다가는인격수양은 말할 것도 없고 성적도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어릴때부터 다양하게 독서도 하고 토론도 해야사고의 폭도 넓고 깊어진다. 그것이 인격 형성의 길이기도 함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모두가 다같이다함께 하는, 획일적이고 단선적인 교육을 벗어나야 한다.〈시인·영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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