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깜깜한 옥상 계단을 밟는다. 옥상 철문을 연다. 가건물은 깜깜하다.기척이 없다. 넙치는 오지 않았다. 나는 철문 쇠고리를 단단히 잠근다. 가건물로 들어온다. 형광등을 켠다. 손이며 점퍼 소매가 피칠갑이다. 점퍼를 벗는다. 점퍼 등판이 온통 피다. 피가 미처 마르지 않아 번들거린다. 쌍침형이죽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목울대로 설움이 치받친다. "두꺼비는 작은짐승이지만 어느 짐승도 두꺼비를 잡아 먹지 못해. 두꺼비가 뱀한테 잡아 먹힐 때 스스로 잡아 먹여. 잡아 먹힌 뱀 뱃속에다 독물을 토하지. 결국 뱀이죽게 돼. 두꺼비 새끼는 뱀 살을 파먹고 자라나" 할머니가 말했다. 두꺼비는채리누나 뱃속에서 새끼를 쳤다.나는 밖으로 나온다. 수도칸으로 간다. 손을 씻는다. 나는 가건물로 돌아온다. 멀리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조금 전 장면들은 생각만 해도 무섭다.형광등을 끈다. 옷을 입은 채 이불 속으로 파고 든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둘러쓴다. 경찰이 철문을 두드릴것만 같다. 옥상 계단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잠이 쉬 올 것 같지가 않다. 눈 앞에는 패싸움 난투극이 줄곧 떠오른다. 짱구형, 말대가리, 꼬마가 떠오른다. 채리누나의 울부짖음이 귀에 쟁쟁하다.
총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단란주점 주방 벽장에서 본 권총이 생각난다. 채리누나가 총을 쏘았을는지도 모른다. 넙치나 식구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멀리서도 도망갔을 터이다. 경찰도 오지 않는다.
나는 잠을 자지 못한다.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불 끝을 살그머니 당겨내린다. 창문이 희뿌염하다. 날이 새고 있다. 춥다. 나는 다시이불을 머리 위로 올린다.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눌리지 않은게 생각난다. 몸을 더욱 웅크린다. 모두가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나는 옥상에서 영원히 나가지 못할 것 같다. 단란주점도 문을 열지 않을 터이다. 아우라지로 가고 싶다. 그 길밖에 없다. 어떻게 가야 할는지 알수 없다. 돈도 없다. 우선 옥상을 나서기가 겁이 난다. 경찰에 당장 잡힐 것만 같다. 머리 속이 쑤신다. 여지껏 팽팽하던 고무줄이 머리 속에서 끊긴다. 비로소 느슨한 잠이 찾아든다.나는 눈을 뜬다. 이불을 내린다. 바깥이 훤하다. 옆자리를 본다. 늘 있던넙치가 없다. 어젯밤, 철문을 잠궜다는 생각이 난다. 시간이 어떻게 됐는지알 수 없다. 배가 고프다. 나는 이불에서 빠져 나온다. 가건물을 나선다. 수도간으로 간다. 수돗물을 실컷 마신다. 세수를 한다. 나는 오줌통에다 오줌을 눈다. 화단의 배추는 많이 자랐다. 겉잎이 손바닥보다 크다. 겉잎을 싸서묶어줄 때가 되었다. 나는 가건물로 돌아온다. 피 묻은 점퍼가 의자에 걸쳐져 있다. 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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