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전야 정치권 표정

입력 1995-11-25 22:34:00

김영삼대통령의 24일 '5·18특별법'제정결정에 대해 정가의 즉각적인 반응은 한마디로 놀라움이었다. 15년간 지속된 5,6공의 한시대를 마감하겠다는의지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이번 결정이 우리정치사회전반에 미칠 파장은 실로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이번 특별법제정 발표는 비자금 정국을 추월하는 국면전환용으로도 분석된다. 여당자체는 물론 여야관계변화 심지어 정치권 판 자체가 다시 짜여질 형국이다.

우선 민자당의 대변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강삼재민자당총장은 5,6공과의 단절로 보지말라는 해명에도 불구 사실상 이들세력과의 결별을 뜻한다. 다시말해 80년 신군부권력장악때 만들어져 아직까지 큰줄기를 이어온 현재의 여권구도는 근본적으로 깨지는 양상을 맞고 있다.

5,6공과 민주계의 동거체제에서 민주계및 일부민정계 그리고 정치신인,전문가집단의 연합정권의 성격으로 변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당통합의태생적 한계를 벗고 김영삼대통령중심의 새로운 여권진용의 구성으로 이어질조짐이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벌써 당의 와해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5,6공때 고위인사들은 일단 심한 동요에 휩싸일 것이 자명하다. 이들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과정에서는 개인치부라는 부도덕성에 의해'반노전선'에 참여할수 있었지만 이제 '반5,6공전선'에는 적극적으로참여할 명분이 퇴색되어버렸다.

현재 당내 민정계의 중진들은 5,6공출신들이다. 김윤환대표를 비롯 이한동국회부의장등 중진인사들도 사실상 정치의 꽃을 피웠다. 그래서 이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정가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신군부세력과 당시 고위직인사들이 대구경북지역에 밀집되어 있어 이들은 매우 난처한 입장에 서있다. 집중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가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이지역을 포기했다"는 섣부른 판단도 나오고있다.

당장 이 지역의 경우 5,6공 당시 깊숙히 몸담고 있던 김용태내무장관 강재섭의원 최재욱의원 김길홍의원 박세직의원등은 처신에 있어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대상에 오른 정호용의원과 허화평의원은 탈당가능성이 높아졌고전두환전대통령의 동서인 김상구의원도 이탈할 것 같다.

김영삼대통령이 여권물갈이에 돌입하겠지만 일단 이들중 '5·17'과 직접관련이 없는 민정계인사들을 끌어안고 가려고 할 것이란 추측이다. 물론 당시 신군부에 가담했던 수많은 군출신들은 물갈이제1호로 떠오를 전망이다.이춘구 권익현 허삼수 정순덕 배명국 안무혁 이상재 신재기 민태구의원등이다.

이번 결정은 여야관계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요인이다. 이미 국민회의와 민주당및 정개련등 야당측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그동안 형성된 대결관계가 변화될 소지는 충분하다. 이들과의 연합의 토대는 만들어지고 있는기류이다. 다만 아직도 대선자금국면을 탈출하기위한 YS특유의 충격요법이라는 시각도 팽배해 있는 편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질수 있다. 이미 김대중총재에게 타격을 가한바있는데다 광주시민들에게 어필하는 이번조치로 인해 광주사건의헤게모니를 뺏기는 입장이어서 미묘하다고 볼수 있다. 정국주도권싸움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자민련과의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강삼재총장이 몇차례나 "5·16까지 어떻게 할수 없느냐"며 사실상 자민련을적대관계로 설정한 인상이다.

정치권사정이 아직도 남아있어여야관계가 어떻게 얽히고 설킬지 조금더사태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이며 정가에서는 김대통령의 개혁조치들이숨돌릴틈없이 연이어 나올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정국변수는 적잖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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