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죽은자와 산자

입력 1995-11-18 08:00:00

제9장 죽은 자와 산 자 ?짱구가 승용차 트렁크를 연다. 채리누나가 비닐봉지 네개를 트렁크에 싣는다.

"들어가서 쉬어. 조심하구"

쌍침형이 채리누나에게 말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채리누나의 배는너무 부르다. 폭발할 것만 같다.

"단란에서 기다릴께요"

채리누나가 말한다. 쌍침형이 승용차 뒷좌석에 탄다. 짱구가 운전석에 탄다. 나는 짱구 옆자리에 탄다. 차가 출발한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짱구에게 묻는다.

"수원 국립 호텔"

"거기 다 있어?"

"음. 넌 키요나 만나봐. 주민증 없으니 넷 다 만날 순 없어"차가 출발한다. 반쯤 내린 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밀려든다. 가로수 버즘나무 잎이 지고 있다. 가을이 깊다. 출근시간이 끝나 차가 잘 빠진다. 한강에걸린 긴 다리를 지난다. 나는 강을 바라본다. 강물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물새 한 마리가긴 포물선을 그리며 난다. 거리가 멀어, 무슨 새인지 알수없다. 아우라지가 생각난다. 이맘 때쯤이면 아우라지 강에는 고둥(다슬기)이많이 난다. 씨알 굵은 고둥이 무진장 잡힐 때다. 어른과 아이들이 송천, 골지천에 널렸다. 고둥은 삶아 먹는다. 고둥은 맛이 좋다. 뾰족한 꼭지를 이빨로 분지른다. 주둥이를 빨면 짭조롬한 물이 나온다. 가시나무 가시로 살점을파먹기도 한다. 파르스름한 살점이 입속으로 빨려든다. 달콤 짭조롬하고 쫄깃하다. "오빠, 뚜껑은 뱉어야 돼" 시애가 말했다. 얇은 판막을 뱉으려면살점까지 뱉어졌다. 나는 그냥 삼켰다. "너 애비 고둥죽 끓여줘야지. 고둥죽은 술병 다스리는데 최고란다"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는 치마를 걷어부치고 채반으로 자갈을 긁었다. 채반으로 떠올리면 자갈 속에 고둥이 많이 건져졌다. 할머니는 허리에 매단 그물망에 고둥만 골라 담았다.승용차가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한참을 달리자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짱구가 차를 오른쪽으로 꺾는다. 외곽 순환도로가 나온다. 길이 시원하게 잘 뚫려 있다. 승용차는 빠르게 달린다.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고속도로에서빠져 나온다. 아무도 말이 없다. 도시가 나선다. 짱구가 수원이라고 말한다.승용차가 교도소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차를 파킹하고, 우리는 차에서 내린다. 트렁크에서 비닐봉지 네개를 꺼낸다. 식구들 겨울 내복이라고 짱구가 말한다. 면회자 휴게소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신사복에 넥타이짜리는 별로 없다. 점퍼때기에 아녀자들이 많다. 짱구가 쪽지에 뭘 쓰서 창구 안에 들이민다. 쌍침형이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이십이야. 오만원씩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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