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씨가 비자금정국의 '뇌관'으로 여겨져 오던 대선지원금 X파일이 담긴 가방을 열지 않기로 작심함에 따라 정가는 새국면을 맞고 있다.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간간이 비쳐오던 검찰도 실제로는 노씨를 신문하면서 대선지원금문제는 단 한차례 질문하고 덮어버린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의한 진상규명도 기대할 수없는 형편이다.결국 대선자금문제는 정치권, 더 정확히 말해 민자당으로 넘어온 셈이다.16일 서울구치소로 향하던 노씨가 마지막으로 정치인들을 향해 '함구'를선언했다. "여러분 가슴에 담고 있는 불신, 갈등 모두를 내가 안고 가겠다.이것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불신과 갈등을 씻어버리고 화해와 협력으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후배에게 물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대선자금에 관한 민자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검찰수사에서 한점 의혹없이밝혀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으며 한때 "검찰수사결과가 미진할 경우 당에서 보완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했으나 곧이어 이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한다는 의미"라며 다시 한발짝 물러선 바 있다.민자당은 정치적부담을 고려해 대선자금공개에 관한 한 '주어'가 되기를한사코 거부해 왔으나 이제는 피할 도리가 없게 됐다. 정치권 돌풍과 지각변동을 감수하고 전면공개하든 정치권 안정을 위해 덮어두든 민자당이 깃대를쥐어야 하는 형국이다. 박수를 받든 비난을 받든주 대상도 역시 민자당이다.
이 시점에서 김윤환대표위원이16일 청와대를 방문, 김영삼대통령에게 주례당무보고를 한 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관심을 끈다. 모종의 해법이 강구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이날 아침 김대표가 청와대로 바로 '출근'한 후 한 측근은 "오늘은 대표위원으로서 청와대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정치참모로서 김대통령을 만난 것"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비자금정국에서 민자당의 대야 포문을 전담해온 강삼재사무총장은 노씨 사법처리후 정치권의 일대변화를 연일 예고해왔다. 노씨구속이 새로운 정치권파장을 촉발하는 시발일 뿐이라는 말의 변주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정계는 정치자금법개정, 선거법개정 등 제도적 청산에이어 인적 청산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것이며 이러한 인적 청산에는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피해자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자당의 대선지원자금에 항상 동반하는 국민회의의 아킬레스건은 '20억원플러스 알파'다. 현재로서 정국 공방의 수위조절 키를 쥔 민자당이 김대중국민회의총재를 4대 정치자금수수설로 파상공격을 가하며 도덕성에 타격을 가하고 있고 국민회의측에서는 대변인을 통한 독설이외에는 별다는 카드를 못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자민련측은 비자금 정국에 관한 한 물밑 잠수를 계속하고 있으며 '나는 대선자금 사전'이라는 말을 흘리던 김종필총재도 침묵을 지켜온지 오래다. 가능한한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겠다, 비자금정국이라면 '조역도 싫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노태우씨 사법처리후 또다른 폭로성 빅카드를 내놓겠다는말을 비공식적으로 계속하고 있어 '제2의 박계동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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