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구속이후-영장 주요내용

입력 1995-11-17 00:00:00

검찰이 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청구한 구속영장은 노씨가 재임중그 직위를 이용하여 30개 재벌그룹 총수들로부터 뇌물을 받았음을 적시하고있다.이는 대통령의 수뢰혐의를 상당히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하는것으로 노씨가 특정 국책사업의 수주 대가로 받은 돈 외에 성금이나 떡값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돈의 대부분을 뇌물로 규정했다는 것을 뜻한다.즉, 검찰이 대통령의 '통치자금' 조성 자체를 대통령이라는 포괄적 지위를이용한 뇌물수수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는 노씨가 특혜나 이권과 관련, 돈을 받았을 경우에한해 뇌물죄를 인정할 것이라는 주장과 최근 법원이 뇌물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맞춰 성금이나 떡값도 모두 뇌물로 볼 것이라는 입장이 맞서왔으나 검찰은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날 청구한 영장내용을 보면 노씨는 88년 3월부터 92년 12월까지청와대 집무실 등지에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등총 30개 기업체 대표 30명으로부터 기업경영에 대한 선처 등의 명목으로 총2천3백58억9천6백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것.

2천3백여억원의 금액은 영장을 통해 검찰조사의 진척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검찰은 그동안 계좌추적을 통해 3천6백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었다.

다만 이 금액은 단순 입금 금액의 합계일 뿐 이어서 중복 처리된 경우도있기 때문에 검찰이 밝혀낸 실질적인 비자금 총 규모는 이들 기업체 회장들의 진술을 통해 얻은 2천3백여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해석이다.

검찰은 당초 밝혔듯이 영장 내용에는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1~2개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같은 수법으로 행해졌다는 식의 피상적인 기술을 해 놓았다.다만 이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케이스로 대우그룹과 동아그룹이 거론돼 있다는 사실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검찰 영장에 따르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91년 5월 초순경 청와대 내 대통령 집무실에서 90년 9월 진해해군 잠수함기지 건설공사를 (주)대우가 수주할수 있도록 해 준데 대한 사례 명목으로 50억원을 노씨에게 전달했다는 것.

이는 특정 국책사업과 관련된 뇌물임을 단순 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건으로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수월하게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적시한것으로 풀이된다.

김회장은 또 각종 금융 및 세제면에서 대우그룹측에 혜택을 부여하거나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같은 달 중순경 50억원을 노씨에게 건네는 등 불과 보름 사이에 1백억원의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돼있다.이 시기는 총선이나 대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때여서 개인적인 축재를위한 자금 마련 차원이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김회장은 이같은 방법으로 88년 3월 하순경부터 91년 12월 중순경까지 7차례에 걸쳐 2백40억원을 노씨에게 건넨 것으로 영장에 기재 돼있다.검찰은 이와함께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도 사례로 적시했으나 구체적인 혐의사실은 기재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검찰은 구체적인범죄사실을 밝히기에 앞서 피의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밝히는 항목을 무려 2백자 원고지 5장 분량의 한 문장으로 나열,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수뢰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애쓴 흔적을 보였다.검찰은 영장에서 우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나열한 뒤 이어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한 대통령의 직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이같은 검찰의 영장 내용외에 영장담당 판사에게 접수된 1천여쪽에 달하는수사기록에는 각 해당 기업인과 이현우 전경호실장등 지금까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사람들의 진술이 첨부됐다.

그러나 검찰은 영장의내용에는 일단 대우와 동아그룹의 범죄사실만 적시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기소전까지 20일동안의 보강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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