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단-가을저녁의 시

입력 1995-11-16 08:00:00

가을 저녁 들녘에서마디 굵은 과일이 툭 하고

땅에 떨어진다.

툭, 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

목숨의 이 둥그런 완성,

도자의 밋밋한 곡선과, 손끝에

와 닿는 그 서늘한 감촉으로.

이제, 더 기다릴 것도 없이

기다림이 다한 그 자리에

스스로 여물어,

툭 하고 지상으로 떨어지는

목숨의 이 둥그런 완성.

알 수 없는 한 분이

천천히 무한 쪽으로 걸어나와

툭 하고 터진 틈 사이로

잠시 그의 얼굴을 비추고 지나간다.

▨약 력

△경북 고령 출생 △경북대 인문대 졸업

△64년 '현대문학' 추천 등단 △연작시

'무명고' '파천무가' 등 발표 △현재 대

구효성가톨릭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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