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수사는 성역없게

입력 1995-11-15 08:00:00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기업인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거의 마무리한 검찰이 정치권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또다시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동안 노씨의 비자금조성에 대해 수사를 집중시켜온 검찰이앞으로는 비자금의 사용처를 조사하겠다는 얘기인데, 비자금이 흘러간 곳이라면 어디든지 조사대상이 되며 여기에는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라는 의지다.이같은 검찰의 태도는 정치권과 관련있는 사안에 대해선 손대는 것을 적극적으로 기피해온 관행을 감안한다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 아닐수 없다. 노씨비자금을 수사할때부터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미리 선을 그어놓았던 검찰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국회에 나갔다온 법무장관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매우 바람직한 조치다. 이번수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대목이 바로 비자금의 정치권유입여부이기 때문이다.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노씨의돈 20억원을 받았다고 자인한 것을 계기로노씨의 비자금중 상당액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여론이었다. 국민들은 부정하게 모은 돈을 정치권에서 누구 누구가 얼마나받아 썼는지를 자세히 알고 싶어한다. 정치권안에서도 서로가 받아쓴 비자금액수를 밝히라고 끝없는 입씨름을 하고있다. 이같은 의혹들을 밝혀주어야 하는 책임을 검찰이 진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권은 손 안댄다'는 종전의 비난받던 관행을 허물고 그야말로 성역없는 수사를 시도하고 있다.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만한 바람직한 시도이다. 그러나 이같은 좋은 시작도 결과가 흐지부지할 경우엔 실망은오히려 더 크게 마련이다. 이제 검찰에 기대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어떤 장애물이 돌출하더라도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과도 관련이 될지도 모를 92년 대선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수사는여.야간에 예민한 이해등이 얽혀 무척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더욱이 수사과정에선 갖가지 압력이나 방해등 수사장애가 적지않을 것도 예상된다. 이같은난관들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줄수 있는 결과를 끌어내려면 누가 보아도 공정하고 의혹없는 수사라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야 한다.

특히 지금 검찰수사에가장 의혹을 갖고있는 이원조씨 조사문제도 정치권수사에서는 필수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이씨 문제는 현정권에적지않은 부담을 안길 뜨거운 감자일는지도 모르지만 노씨 비자금은 물론 5공때부더 정치자금을 만져온 것으로 알려진 이씨를 조사하지 않을 경우 정치권조사자체가 설득력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 의혹이 제기되는 모든부분은 철저히 조사돼야지 의혹을 말끔히 씻는 수사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