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이념갈등'증폭

입력 1995-11-10 08:00:00

강택민 중국 국가주석 겸 당총비서가 오는 13일 김영삼 대통령의 초청으로공식 방한, 정상회담을 갖게 됨에 따라 김일성 사망이후 북·중 관계의 향후변화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강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은 중국의 국가원수로서는 사상초유의 방한이라는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중국이 북한과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특히 정치적 의의가 크다.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는 지난달 10일 강주석이 노동당 창건 50주를 맞아 김정일에게 보낸 축전에도 함축적으로 표현돼있다. '현재 복잡한 국제정세속에서 북·중 친선을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양국의 두 당과 인민의 근본이익에 부합될뿐만 아니라 조선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안전을 수호하는데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북한도 지난달 25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 참전 45주년을 맞아 평양근교의 '조·중우의탑'(59년 참전9주년에 건립)과 6·25참전중 전사한 모안영(모택동의 아들)의 묘에서 헌화행사를 개최한데 이어 각종 관영매체를 동원,김정일이 중국과의 친선관계를 '대를 이어 계승'해나갈 것을 다짐했다.이같은 친선분위기를 통해 지난해 10월 이붕 중국총리의 방한으로 야기된양국의 냉각관계가 전통적 '특수관계'로 회복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양국의 '대를 이은 친선' 강조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 북관계는또다시 불화로 반전할 수 있는 체제내부적 갈등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것도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사회주의체제 수호를 위해 '사상 우선'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간의 이념적 갈등이 상존해있다.

또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이미 철수했으나 북한의 대미평화협정주장에 명백히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에 따른 충돌도 예상된다. 중국은김영삼대통령과 이붕 총리간의 회담 등 양국 고위회담을 통해 '현 정전협정의 준수'와 '남북한 당사자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목표는 지난 92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천명한 바와 같이 '중국의 현대화에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이라는 정책기조에 입각,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통한 한반도 정세의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북관계는 단기적으로 김정일 중심 체제의 급격한 붕괴를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이념적 '특수관계'를 지속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미·일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현정세속에서 북한체제의 유지는 중국의 '현대화'라는 체제적 이익과 국가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정책노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동기가 중시되는 탈냉전시대의 국제정세 추이에 맞춰 점진적으로 중· 북관계도 탈이념적인 것으로 변화해나갈 공산이 크다.

강택민주석의 이번 방한이 그같은 국제정치질서와 중·북관계 변화의 향방을 예고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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