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정치자금 한파

입력 1995-11-10 00:00:00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정치자금한파'가 닥치고있다. 당장 당원단합대회등돈쓸데가 한두군데가 아닌데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후 돈줄이 말라버렸기때문이다. 기업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야의 속마음은 '지정기탁금'은 아예 생각지 말아야 된다는 일종의 체념상태인지도 모른다.총선을 치르면 평소보다 두배이상의 돈이 들어간다. 당원연수와 지구당조직정비등 각종 정치행사에 들어갈 돈이 한두푼이 아닌데도 자금 염출 방법이없는 것이다. 거기다 정치자금에 대한 기업인들의 시선도 예년같지않다는 사실도 섣불리 기업에 손을 벌리기 어렵게 하고있다.

민자당의 자금고갈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돼오던 것이라 새삼스러운 것은아니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이후 기업들의 지정기탁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다 국고보조금과 지정기탁금도 예년만 못해졌다. 당의 자금원은 지정기탁금과 재정위원들의 후원회비 일반당비 그리고 국고보조금이지만 국고보조금을 제외하고는 자발적인 성금이다. 오로지 당의 '수완'에 달려있는 것이다. 당비납부운동과 재정위원들을 독려하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자금조달결과는 총선에까지 영향이 미친다.

그래서 강삼재사무총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상황에서 기존정당운영방식에 회의가 든다"며 "이제 정당의 존립방안을 구체적으로 재검토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중앙당조직개편가능성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중앙당조직을 대폭축소하고 지구당조직까지 바꿔보자는 논의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국회상임위별 격려모임을 가지며 당을 추스르고있는 김윤환대표위원도 "상임위별 의원격려모임을 할때는 최소한도의 오리발정도는 줘야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당의 금고가 바닥난 사정을 잘알고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당이야 그런대로 운영이 되겠지만 내년총선을 앞두고 있는 집권당의 입장에서 현재와 같은 궁색한 살림살이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우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야당측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직책을 새로 선임해 총선에 앞서 공조직부터새로 구축해야하는 후발주자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넘쳐나는 자금소요를 대기는 커녕 중앙당을 운영하는데도 허덕여야할 판이다. 그래서 김대중총재는벌써부터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했고 김종필총재는 당지도부에 당운영자금지원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DJ의 20억원수수발언으로 비자금정국에 한쪽발을 담그고있는 국민회의는합법적인 모금을 위해 내달초순쯤 당후원회를 열 계획이지만 여론의 추이를살피고있다. 국민회의소속 최낙도의원과 단체장들이 정치자금문제로 구속됨에 따라 벌써부터 어려움을 겪고있던 차였는데 비자금파문까지 터진 것이다.국민회의의 분당으로 국고보조금을 독차지하게된 민주당의 자금사정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자민련도 정치자금조달에 관한 한 내놓고 말을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이같은 여야각정당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총선을 준비해야하는 의원들 개개인들도 하소연할데가 없다. 개인후원회를 통해 들어오는 돈이 막힌데다 이제는 음성적인 자금조달도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비자금파문의 조기수습을 한목소리로 기대하면서 자금조달보다는아예 돈안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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