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집으로 들어가는 코너에 짱구가 차를 세운다. 짱구가, 간단히 저녁 요기나 하자고 말한다. 스물네시간 편의점은 문을 열었다. 우리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짱구가 컵라면 두개를 산다. 전자온수기의 끓는 물을 컵에 받는다."넌 이게 저녁이야. 내일 아침에 단란으로 나와. 난 당분간 성님과 함께행동해야 하니 잠은 너와 못 자겠어. 성님께 말해 새끼 한둘을 붙여주지. 너어디 토끼지 마. 아우라지 가겠다고 함부로 나서지 말란 말야. 만약 너가 사라졌다면 알지?넌 정말 발목 찍혀 절름발이가 될 거야.성님 뿔난 것 봤지?"
짱구가 말한다. 우리는 라면을먹는다. 돈을 짱구가 치른다. 편의점을 나온다. 짱구는 승용차를 몰고 가버린다. 국시집 현관문이 열려 있다. 나는 종이팩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나는 아우라지로 돌아갈 수 없다. 옥상 문을 밀고 들어간다. 화단을 본다. 비가 내려 어린 배추잎이 파릇하다. 나는가건물로 들어온다. 종이팩을 열어본다. 크린랩으로 싼 송편이다. 사과도 두알 들어 있다. 나는 텔리비전을 켠다. 화면에 인기인들의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오늘은 추석이다. 모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아우라지가 떠오른다.공회당 마당에서 윷놀이를 한다고 했다. 아우라지에 살 때, 나도 윷놀이에끼였다. 윷은 그냥 던지면 된다. 어린이도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순옥이의시신이 거기에 있었다. 윷놀이를 못 할는지도 모른다고 창규형이 말했다.추석날, 나는 혼자 옥상 가건물에서 잔다.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아버지 사진을 꺼내 본다. 비끝이라 밤기온이 차갑다. 홑이불이라 춥다. 옹송그려 이불을 둘러쓴다. 꿈 속에서나마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 나는 좀체 꿈을 꾸지않는다. 병원에 있을 때만 꾸었다. 잠 속에서나마 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고싶다.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순옥이도 못 만난다. 아우라지의 풍경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튿날 아침이다. 나는 어린 배추잎을 딴다. 씨 뿌린대로 너무 밀생하여자랐다. 솎아주어야 뿌리를 튼튼히 내린다. 솎은 잎을 종이팩에 담는다. 겉절이해 먹기에 알맞다. 나는 옥상을 나선다. 큰길로 나온다. 황금호텔 코너구두박스는 벌써 문을 열었다. 빈대아저씨와 벌럼코형이 아침부터 바쁘다."마두, 고향 갔다 왔담서? 고향 좋지? 예리 송장치게 돼서 김샛겠지만."벌럼코형이 말한다.
"이런 시간대를 삼박지라 그래. 연휴 끝이겠다. 전 날 비왔겠다. 출근시간대 아냐. 콧등 광나는 구두 있음 나서보라 그래. 오전에 적게 잡아 일백 켤레다."
빈대아저씨의 흥이 오른 말이다. 헝겁에 구두약을 찍는다. 구두 콧등에다약을 바른다. 그 솜씨가 잽싸다. 금세 구두 콧등이 반질반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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